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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2년만에 ‘재독립’ 택한 까닭은

11번가, 2년만에 ‘재독립’ 택한 까닭은

등록 2018.06.20 15:52

정혜인

  기자

플랫폼 등 시너지 모색위해 SK플래닛과 합병재분리통해 이커머스 사업 경쟁력 강화 목표5천억 투자 유치 성공··· 대규모 적자는 부담

11번가, 2년만에 ‘재독립’ 택한 까닭은 기사의 사진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올 하반기 홀로선다. SK플래닛과 합병한지 2년 반 만에 재독립에 나서는 것이다. ‘온라인커머스 전문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인적분할로 신설법인인 ‘11번가(가칭)’를 설립하고 마케팅 플랫폼 사업부문을 계열사인 SK테크엑스와 합병하는 두 가지 안건을 승인했다.

11번가는 2008년 SK그룹이 선보인 오픈마켓이다. 11번가는 그 동안 운영사가 여러 차례의 합병과 분할을 거치면서 성격이 전혀 다른 사업들과 공존을 모색해왔다.

11번가 창립 당시 이를 운영한 회사는 2007년 설립된 커머스플래닛이었다. 커머스플래닛이 2016년 SK플래닛과 합병하면서 11번가는 최근 2년 여간 SK플래닛의 한 사업축을 담당했다.

SK플래닛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의 플랫폼 사업이 물적분할 한 회사다. 2013년에는 2008년 설립된 SK그룹 광고대행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와, 2016년에는 11번가를 운영하는 커머스플래닛과 합병했다. 결국 SK플래닛 내에는 11번가 외에 플랫폼 사업, OK캐시백, 광고대행업 등 여러 사업이 혼재돼 있었던 셈이다.

이어 SK플래닛은 2015년 클라우드 스트리밍 등의 사업을 인적 분할 했고, 2016년에는 플랫폼 사업(SK테크엑스), 티스토어(원스토어), 휴대폰 인증 부가서비스 사업(SK텔레콤으로 이관) 등을 쪼갰다. 지난해에는 광고대행업을 물적분할해 SM엔터테인먼트 그룹에 매각했다. 전날 발표한 분할 합병까지 완료되면 SK플래닛은 다시 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11번가는 온라인커머스 전문 회사로 복귀하게 된다.

11번가는 IT, 플랫폼, 광고대행 등 다양한 사업과 병립 하면서 시너지를 노렸으나 업계에서는 이렇다 할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AI챗봇, 음성쇼핑, 이미지 검색 등의 기술이 차례로 도입되긴 했지만 경쟁사들과의 차별점은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11번가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번가 거래액은 9조원 수준으로 SK플래닛에 인수되기 전인 2015년보다 50% 증가했다. 단일 채널을 기준으로 하면 11번가의 거래액 규모는 업계 1위에 해당한다.

거래액은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늘어나면서 재무상태는 갈수록 악화했다. 실제 SK플래닛의 영업손실은 커머스플래닛 합병 전인 2015년 59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3334억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397억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11번가가 지속적인 매각설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중국 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3000억원 투자 협상을 벌였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사드) 배치로 무산됐고 롯데·신세계 등과 지분매각 협상을 논의했다가 결렬되기도 했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도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11번가는 이번 ‘재독립’을 통해 이커머스라는 본질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를 이루면서 투자 유치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PEF) H&Q코리아가 신설법인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11번가는 향후 추가적인 외부 투자를 끌어낸다는 목표다.

다만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 받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신설법인 지분율은 SK텔레콤과 우리사주 81.8%, H&Q코리아 18.2%다. H&Q코리아의 투자액과 지분율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11번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쿠팡의 기업가치 5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SK플래닛 측은 “향후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쟁환경 속에서 11번가가 독립 이후 커머스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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