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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 딸들의 전쟁···회장님의 선택은?

[3세 경영권 전쟁]대상그룹, 딸들의 전쟁···회장님의 선택은?

등록 2014.03.19 09:30

수정 2014.03.19 09:31

박수진

  기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사이에는 딸만 둘이 있다. 장녀인 임세령 대상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와 막내 임상민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상무). 둘다 30대 중반으로 젊다.

임 명예회장 부부가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후퇴했으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아직까지 딸들에게 기업을 맡길 시기가 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임세령 상무에 비해 조용했던 임상민 상무가 1~2년 사이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민 상무는 언니인 임세령 상무에 비해 지주사 지분도 월등히 많아 그룹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상그룹, 딸들의 전쟁···회장님의 선택은? 기사의 사진



◇경영권 승계, 동생이 유리=먼저 현재 대상그룹의 후계구도는 동생인 임상민 상무 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다.

임상민 상무는 2001년(당시 22세) 임창욱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12%를 증여받아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이후 2005년엔 유상증자를 통해 대상홀딩스 지분율을 31.29%로 늘리는 등 꾸준히 지분을 끌어 올렸다.

언니 임세령 상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009년 이혼하면서 어떤 변화가 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임 명예회장 부부는 오히려 임상민 상무에게 대상 홀딩스 지분 6.73%(총 250만주)를 양도하는 등 임상민 상무에게 힘을 실어 줬다.

더욱이 올해 인사에서 임상민 상무가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 상무로 승진하면서 후계구도는 점점 굳어지는 모양새다. 현재 임상민 상무는 대상 오너 일가 가운데 상장 계열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그룹 경영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임상민 상무의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이 38.4%, 임세령 상무가 20.4%, 임창욱 명예회장 부부의 대상홀딩스 지분율이 5%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자매간에 지분 구도가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화여대 사학과를 나온 임상민 상무는 미국 파슨스스쿨을 거쳐 2009년 8월 대상에 입사해 PI본부 차장, 전략기획팀 차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10월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대상그룹 기획관리본부 부장으로 복귀해 1년여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한 바 있다.

당시 임상민 상무는 차녀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지만 언니인 임세령 상무가 2009년 이혼한 뒤 육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동안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반면 장녀인 임세령 상무는 2012년 임상민 상무보다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은 동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후계구도 입지를 다지기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한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그동안 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2009년 임세령 상무는 ‘터치오브스파이스’라는 아시아 퓨전 레스토랑을 오픈, 5년 내 50개 매장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명동점 등이 실적 악화로 폐업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더불어 지난해 8월 본인이 소유한 대지면적 140평, 총면적 466평짜리 서울 청담동 빌딩에 레스토랑 ‘메종드라카테고리’를 야 심차게 오픈했으나 비싼 가격대비 음식 맛에 대한 악평이 잇따르고 있어 이 또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임세령 상무는 1년여간 식품사업총괄 부문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을 비롯해 마케팅, 디자인 등 주요 업무를 총괄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차녀에 대한 지분 양도에 이어 임원 승진까지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임상민 상무로 확정지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계 논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일각에서는 임상민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눈초리다. 임상민 상무 의 나이가 34세(1980년생)로 아직 어리고 이제 갓 상무 직함을 달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했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당분간 전문 경영인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상은 임창욱 회장이 그룹 오너가 된 후 10년(1987~1997년) 동안 오너 경영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엔 전문경영인(명협섭 사장 )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상 측은 “앞서나가는 내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전문인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원승진만으로 여러 추측들이 나오는 것이 난감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최근 성장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는 대상그룹이 후계구도를 논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특히 식품업계에 웰빙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상의 히트상품인 ‘미원’이 ‘화학조미료’라는 낙인이 찍힌 게 큰 타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상은 미원의 원료인 MSG(Mono Sodium Glutamate)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 루탐산이 88%, 나트륨이 12% 들어간 발효 조미료라며 오명 벗기에 나섰지만 과연 소비자가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계열사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대상은 2010년 식자재 유통사 ‘대상베스트코’를 설립, 식자재 전문 마트를 통해 시중 가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식자재 판매에 나섰다.

2011년 81억원이던 매출은 2012년 3567억원으로 급등했지만 그해 104억원 손실을 냈고 2013년 상반기에도 48억원 손실을 기 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이 악화되자 모기업인 대상은 대상베스트코에 대해 1400억원가량 채무보증을 서기도 했다. 여기에 대상HS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대상베스트코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대상베스트코 매출에서 내부 거래 비중이 40%에 달해 일감 몰아주기 소지가 있다.

대상은 식품 외에도 신사업 발굴, 글로벌 프로젝트 등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오는 2016년 창립 60주 년을 맞이해 3개 핵심사업인 식품, 전분당(전분으로 만든 감미료), 바이오 사업을 통해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올린 다는 목표다. 해외 거점 50개를 확보해 세계적인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한다는 포부도 내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관계자는 “식품 사업에 주력해온 대상이 식자재 유통으로 내심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겠지만 CJ프레시 웨이, 신세계푸드 등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2016년 매출 5 조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627@

뉴스웨이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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