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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지분 불리기 묘수 주목

[3세 경영권 전쟁]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지분 불리기 묘수 주목

등록 2014.03.12 09:31

수정 2014.03.12 09:35

정백현

  기자

지난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자동차그룹은 총 자산이 204조4187억원에 이르는 재계 2위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모태 사업이자 핵심 사업인 자동차 제조·판매업과 부품 제조·판매업을 비롯해 철강 제조·판매, 건설, 금융 등 26개 사업 분야에서 57개 계열사들을 국내외 시장에서 꾸려가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기아차는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며 우리나라의 수출 활성화와 ‘경제 한류’ 바람의 핵심 역할을 해왔고 현대하이스코와 일부 합병을 거친 현대제철은 포스코와 더불어 국내 양대 철강회사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혀왔다.

현대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주 성과를 이어가며 건설 명가로서의 이미지를 지켜왔으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 역시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금융권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과거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주 시절의 현대그룹이 ‘1인 지배 체제’를 지켜온 것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도 정몽구 회장 1인 중심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지분 불리기 묘수 주목 기사의 사진


◇오너 父子, 일부 지분으로 그룹 전체 지배 =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는 50여개 계열사가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그러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순환 출자 형태를 띠고 있다.

나머지 주요 계열사를 지분의 흐름으로 분류하면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가 되고 현대건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의 자회사가 된다. 더불어 기아차는 현대차의 자회사가 되고 현대제철은 기아차의 자회사로 구분된다.

계열사의 수는 많지만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父子)가 직접적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57개 계열사 중 결코 많지 않다.

정 회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총 9개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고 정 부회장은 기아차,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등 8개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히 그룹의 지배 구조의 핵심이 되는 4개 계열사 중 정 회장은 복수 계열사(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의 지분을 보유한 반면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지분만 갖고 있어 추후 그룹 경영권 장악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회장의 딸 3명(정성이 이노션 고문·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과 두 명의 사위(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도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다.

그러나 딸들과 집안 외부의 사람에게 경영권을 주지 않았던 현대가의 전통적 집안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들의 지분이 그룹의 후계 구도에 미칠 영향력은 미미하다.

◇정의선 부회장, 현대모비스 주식 취득 어찌 되나 = 다른 기업과 달리 현대차그룹의 후계 구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전통적으로 장남 상속을 무조건적으로 우선시해 온 까닭에 유일한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공식적인 후계자로 거론돼왔다.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야 한다. 지분을 늘리는 방법은 본인의 자금 여력으로 사들이는 방법과 아버지 정 회장의 지분을 증여받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따져보면 이 두 방법은 결코 쉽지 않다. 돈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적어도 5%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산술적으로 5% 수준의 지분을 따내려면 약 1조5000억원 상당의 자금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지분을 물려받는다 해도 증여세가 골칫거리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6조에 따라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 전량을 정 부회장이 증여받을 경우(지분율 6.96%, 현금가치 약 2조원) 증여세로만 1조원 이상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결국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됐건 최소 1조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 가치를 현금으로 따지면 약 3조8000억원(현대글로비스 약 2조7000억원·기아차 약 4000억원·이노션 약 4000억원·현대엔지니어링 약 31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이노션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은 비상장주식이기 때문에 쉽게 현금화하기가 어렵다. 기아차는 지배구조의 핵심에 걸려있기 때문에 팔기도 어렵다. 따라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지분의 유동화가 부담스러운 점을 감안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합병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종 간 연관성이 없고 기업 간 덩치 차이가 큰 두 계열사가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합병될 경우 엄청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현대엠코를 품은 건설 계열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 가치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은 곧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장이 되면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 등 보유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조달한 뒤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계열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글로비스 뿐”이라며 “1조원 이상의 충분한 자금을 여유있게 조달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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