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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이커머스가 게임법에 반대?···온라인쇼핑협회 논란 왜

게임법 개정안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 국회 제출
주요 이커머스업체들 의견서 존재조차 몰라 논란

사진=한국온라인쇼핑협회 홈페이지 캡처

이커머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이하 온라인쇼핑협회)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게임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이커머스업체들이 이런 의견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는데 이 의견서를 둘러싼 논란이 게임업계와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온라인쇼핑협회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 23일 게임법 개정안의 불리한 규정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제출하고 이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사에 알렸다.

협회는 의견서에서 “개정안에 포함된 일부 조항의 과도한 규제로 타 업계까지 엉뚱한 불똥이 튄 상황”이라며 “특히 광고·선전을 규제하는 내용이 광고 수익 매출의 비중이 큰 온라인 쇼핑업계에 불합리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쇼핑업계는 이미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정보통신망법, 청소년보호법 등 기존 법령들로 중복 규제를 받고 있는데, 게임법까지 가중될 경우 과잉 규제 남발"이라며 "투자·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인 게임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사상 처음으로 법제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데 최근 게임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게임업계는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산업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타 업종인 게임업계의 이익이 관련된 게임법에 온라인쇼핑협회가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협회 역시 “협회가 게임법 개정안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라고 썼다.

그러나 정작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이 의견서의 제출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업체들이 대다수였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그런 의견서가 국회에 제출됐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게임법 개정안과 이커머스는 관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게임법과 이커머스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의견서만 보면 마치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게임법 개정을 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게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쇼핑협회 회원사 중 하나인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A사다. A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는 일종의 오픈마켓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으로 온라인쇼핑협회에 회원사로 가입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는 2013∼2017년 온라인쇼핑협회 이사를 맡았고 2017년부터 감사를 맡고 있는 온라인쇼핑협회 임원사다. A사는 게임법 개정안 통과시 게임 아이템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A사가 해당 의견서를 작성해 온라인쇼핑협회의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협회 의견서를 A사가 작성해 온라인쇼핑협회에 협조를 요청했고 협회에서는 협회의 명의를 활용하는 선 정도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회에서는 이렇게 온라인쇼핑업계 전체가 게임법을 반대한 것처럼 나가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실에서 ‘게임법 개정안이 이커머스업계의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서의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들었다”며 “온라인쇼핑협회에서 의원실을 찾아가 직접 해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 자체는 촌극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쇼핑협회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나는 이커머스업체들도 적지 않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이커머스업계의 거래를 공정하게 하고 회원 상호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현재 회장사는 이베이코리아이며 롯데쇼핑 이커머스와 인터파크가 부회장사를 맡고 있다. 주요 이커머스업체와 홈쇼핑사, 인터넷면세점, 유통업체, 온라인 서점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도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부문 최대, 유일한 협회로 상당히 큰 이익단체다.

한 이커머스업체 관계자는 “협회가 회원사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름을 사용하게 하고 심지어 의견서 내용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이커머스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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