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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식 카톡방 피해 수수방관하는 카카오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주식 카톡방 피해 수수방관하는 카카오

등록 2021.02.08 10:27

조은비

  기자

주식 카톡방 피해 수수방관하는 카카오 기사의 사진

잔인한 동물 학대를 인증하는 고어(gore·살해) 전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존재가 지난 1월 알려졌을 때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그 당시에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만 분노가 집중됐었다. 그런 일을 기술적으로 가능케 한 디지털 플랫폼 자체의 결함을 지적하는 데에는 다소 소홀했었다.

그 얕은 분노마저 지속적이진 못했다. 코로나 시대에 처음 겪는 연말연시는 안부 전화도 거의 생략할 만큼 붕 뜬 분위기였고. 주식 시장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코스피 3000·코스닥 1000 돌파, 애플-현대차그룹 협력 추진, 게임스톱발 공매도 이슈, 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 개발 등 매일같이 굵직한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본다.

한동안 잊고 지내던 고어 전문방을 증권 기자로서 소환하려는 이유는 ‘주식 리딩방’ 때문이다. 생뚱맞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카톡방은 동물학대법과 자본시장법 혹은 소비자기본법이라는 전혀 다른 법의 적용을 받지만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라는 익명 기반 플랫폼이 매개가 돼 동물 혹은 사람에게 심각한 물리적·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연결된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유사투자자문업체 및 불법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입히는 금전적 손해가 반드시 카카오톡 때문에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허나 취재 중 한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유튜브(Youtube)를 통하든 지인을 통하든 업자의 전화나 문자 권유를 통하든 혹은 자발적이든, 결국 주식 관련 사이버 피해의 장(場)은 카톡방”이 되는 수가 많다. 카카오 측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픈채팅방에 주식, 유료 리딩 등을 검색해 몇 번의 손품만 팔면 바로 유료 리딩방과 가짜 HTS에 접근이 가능하다. 증권사 이름을 내건 해외 선물(Futures) 사기방, 증권방송 출연자가 운영한다는 무료 리딩방, 신고 여부가 불명확한 유료 리딩방 등에 많게는 700명, 적게는 300명 가까운 계정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잠재적 피해자는 몇 명일까?

‘이런 예측 가능한 키워드의 불법 주식 카톡방 정도는 카카오 기술력으로 개설 자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고어 카톡방도 마찬가지···. 이게 그렇게 어려운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를 악용한 사기가 줄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행태와 관련한 포괄적인 벌칙 조항은 자본시장법 446조에 있는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수준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적용되지 않고 부당 취득한 재산을 몰수하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사기꾼 입장에서 가장 운이 나빴을 때다.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친 대부분은 잡히지 않는다. 미신고업체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유사투자자문업자도 마찬가지다. 입금은 대포통장으로 받아서 먹고, 카톡방은 없애버리고 튀면 여간 큰 건이 아닌 이상 경찰 수사는 진행되기가 어렵다.

취재 중 한 금감원 관계자가 “사기 카톡방도 사기 홈페이지처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경찰청에 모니터링이나 수사 의뢰를 할 순 있지만 특성상 금세 없어져버리고, 가명을 쓰기 때문에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하면 애초에 보내지도 말라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 측도 개인 정보 보호를 근거로 수사 협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비대면 시대의 이면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유사투자자문업자 관련 피해 접수 현황에서 은퇴 세대인 50~60대 비중이 60%를 넘는 부분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부분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 후 생긴 목돈을 주식에 투자하려는 이들일 텐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수수료를 내면서 원금도 잃고 제대로 된 전문가도 아닌 이들에게 과도한 자문 수수료를 떼이고 있다.

고수익을 노린 욕심은 잘못이지만, 주식 시대에 주식을 안하는 건 두렵고, 또 주식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이렇게까지 무리한 방법을 동원했을까, 이게 지나친 온정주의일까?

그 어느 때보다 주식 투자에 대한 대중적 반응이 긍정적인 가운데 사기 주식 카톡방은 그 어떤 것보다 증시에 악재다. 이렇게 여기는 자세가 증권업계 전반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를 이끈 건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주식 카톡방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우리 투자 문화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제대로 된 피해 규모부터 총체적으로 밝히고, 이제라도 관련 제도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카카오의 자정 노력이나 증권사마다 천차만별인 컴플라이언스 규정 준수 노력에 기대기에는 시간이 없다. 투자자 개인도 사기성 카톡방을 분별할 줄 아는 소양을 갖춰야 한다.

쉽지는 않다. 사기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HTS는 놀랄만큼 그럴 듯했다. 초보 투자자는 상담을 빙자한 사기 대화에서 금융회사와 다른 점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판단이 어려울수록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배우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투자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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