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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비주류 유통업 신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린 허태수

[유통家 달라진 회장님-⑤GS]그룹 비주류 유통업 신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린 허태수

등록 2021.01.15 09:20

정혜인

  기자

칼텍스 그룹 내 비중 60% 달하는데 작년 손실만 1조리테일·홈쇼핑 합병으로 정유업 의존도 줄이기 나서홈쇼핑 사업 키운 노하우 발휘 유통업 주력 사업으로

유통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 없는 ‘대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가속화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종산업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등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중이다. 추후 코로나 팬데믹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올해는 더욱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통업계 그룹사들을 이끄는 오너 총수들은 지난해 말 기존보다 더 큰 폭의 임원인사와 구조조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본지는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임원인사의 방향과 현 경영상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유통업을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GS그룹의 유통 계열사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각각 편의점과 홈쇼핑업계 1위에 올라있으나 그룹 내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된다. GS그룹이 정유화학, 건설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유통업에 대한 그룹 내 관심과 비중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경력의 대부분을 GS홈쇼핑에서 보낸 만큼 유통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그룹 주력사업인 정유업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미 각 업계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통해 유통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허태수, 홈쇼핑 17년간 이끌며 사업 다각화 주력 = 허태수 회장은 2004년부터 15년간 그룹 회장으로 소임을 다한 큰 형 허창수 명예회장의 후임으로 지난해 GS그룹의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허 회장은 2002년부터 그룹 회장 취임 직전인 2019년까지 약 17년간 GS홈쇼핑에 몸 담으며 회사를 홈쇼핑업계 1위로 만든 장본인이다. 허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선임돼 2년만인 2009년 회사를 업계 1위에 올려놨다.

GS홈쇼핑을 업계 1위로 키워낸 공로에도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에 취임 될 때 당시 일각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GS그룹 오너 3세 형제들 가운데 막내로 형제 중 서열이 가장 낮고 담당하는 사업 규모도 그룹 내 비중이 작아 그 동안 형제들에 비해 크게 조명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이 GS그룹의 수장에 선임된 배경으로는 아직 젊은 오너 4세 승계의 다리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뿐만 아니라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시기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온 허 회장이 차기 사령탑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GS홈쇼핑을 단순히 TV홈쇼핑사에 머무르게 하지 위해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해왔다. GS홈쇼핑 입사 전 금융계에서 쌓은 경력을 활용해 스타트업과 해외 투자를 늘렸고 홈쇼핑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전환을 시도, GS홈쇼핑의 모바일 사업도 크게 성장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전부터 허창수 명예회장이 혁신과 투자를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허태수 회장이 GS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새로이 정립하길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리테일·홈쇼핑간 상호 보완 동시 추진 = 허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정유업 의존도 줄이기에 매진하는 한편 그룹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유통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GS그룹은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GS칼텍스가 2018년부터 이어진 다운사이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룹 매출의 60%를 책임지는 GS칼텍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1%나 줄었으며 이 기간 영업손실만 8680억원에 달한다.

이에 허 회장은 지난해 11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해 올해 7월 초대형 유통기업을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편의점 업계 1위 GS리테일과 TV홈쇼핑 업계 1위 GS홈쇼핑을 합쳐 오프라인과 온라인 통합 전략을 추진, 통합 유통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부침이 있긴 하나 여전히 업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은 허 회장이 잘 아는 시장인 동시에 정유업과 사업의 성격이 매우 다른 만큼 경제 상황 변동 속에서도 상호 보완이 가능할 수 있다.

또 합병을 통해 GS리테일과 GS홈쇼핑간 상호 보완도 기대된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을, GS홈쇼핑은 TV홈쇼핑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어 강점과 약점이 상반돼있다. 또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현재는 각 업계에서 1위지만 편의점과 홈쇼핑 시장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GS리테일은 전국에 분포한 1만5000여개의 오프라인 점포가 강점이나, 편의점 시장 포화로 인해 점차 점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점포 수 기준 1위를 경쟁사 CU에 내주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취급액 기준 홈쇼핑업계 1위로 3000만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가구와 함께 18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쇼핑앱을 운영하고 있으나 본격적인 이커머스 기업 도약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거대 유통기업 출범 통해 역량·투자 집중···경쟁우위 확보 = 허 회장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최근 유통시장의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온·오프라인 기업간 결합은 물론 경쟁사 또는 이종산업간 협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자체적인 경쟁력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최근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소비자가 원하기도 전에 먼저 파악해 빠르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상품 소싱 능력뿐만 아니라 고객 데이터 분석과 물류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기업이 혼자서 해내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므로 각 분야의 강점을 가진 기업간 결합으로 시장에서 빠르게 우위를 선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허 회장은 그룹의 두 유통사를 하나로 합침으로써 채널, 고객, 상품, 카테고리, 물류와 투자를 모두 한곳으로 집중해 경쟁력을 극대화 한다는 구상이다. 양사가 합병을 마치면 총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규모의 초대형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으로 도약한다. 롯데쇼핑, 이마트 등 업계 상위 기업과의 격차는 아직 남아있으나 그룹 역량을 모두 동원해 이를 따라잡겠다는 것이 허 회장의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과 김호성 GS홈쇼핑 대표의 역할도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교적 다른 영역의 사업을 합치는 만큼 물리적 결합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본격적인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물류 효율화,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 등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허 회장 역시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 ‘빅3’ 사모펀드(PEF) 운용사 회장 및 CEO들과 잇따라 미팅을 갖는 등 유통업체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신사업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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