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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견제장치 “양적 개선, 질적 미흡”?

[팩트체크]대기업 총수 견제장치 “양적 개선, 질적 미흡”?

등록 2020.12.10 17:19

주혜린

  기자

대기업집단 기업 중 16%만 총수일가 이사로 등재법적 책임 회피 지적···지배구조 투명성은 높아져내부거래 안건 99% 원안 가결···독립성 부족 여전

대기업 총수 견제장치 “양적 개선, 질적 미흡”? 기사의 사진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그룹 계열사 이사 가운데 총수 일가의 비율은 줄고 이사회마저 여전히 거수기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지난해 5월∼올해 5월 기준 58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이사회 작동현황 등을 담았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개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였다. 지난 5년간 연속으로 공정위 분석대상에 기업집단 21곳을 중심으로 비교하면, 총수일가가 이사로 오른 계열사 비율은 13.3%로 2016년(17.8%)이나 2019년(14.3%)보다 낮아졌다.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을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등기이사는 기업의 핵심 경영진으로 기업 내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만큼 등기이사는 경영에 대한 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당시 “(총수들의)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총수일가가 이사진에 오를 경우 ‘책임경영’으로 묘사되지만, 이사 자리가 ‘돈방석’이라는 비판여론도 높아졌다. 보수 공개 기피를 목적으로 한 등기이사 회피도 나타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오너(총수)의 보수 공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등기이사 기피 현상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비율은 높았다. 주력회사의 39.8%, 지주회사의 80.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4.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올라가 있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주력회사, 지주회사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아 이사로 등재하는 비율이 높다”며 “이사로 등재해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에 이르지만, 최근 1년(2019년 5월∼2020년 5월) 사이 전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49%에 불과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가운데 99.51%는 원안대로 가결됐다. 특히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692건)의 경우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넘어갔다.

266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두고 있었다.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2019년 5월∼2020년 5월) 상정된 안건(2천169건) 중 1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내부 감시 기능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사회는 회사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법이나 정관에 특별히 주주총회의 권한으로 명시된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중요 사안을 결정한다.

이사회가 의사결정을 할 때는 총수 등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지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나 총수가 이사회의 의장을 겸직하고 있지 않은 기업은 이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은 증거로 자랑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총수의 마음에 드는 인사들로 채워지다 보니 독립성이 없다. 총수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영입된 사외이사 역시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실제로 58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9개 기업집단의 35개 회사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공정위는 “퇴직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내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같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막기 위해 이사회의 지배주주 및 경영진 견제 기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사회를 불공정 행위에 대한 ‘내부 견제장치’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상장사의 이사회에서 내부거래 내용에 대한 실질적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항에서 사익편취 규제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에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효과적 외부 통제가 이뤄지도록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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