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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의 출현...코스피 주인공 등극

[NW리포트|동학개미 원년]‘게임 체인저’의 출현...코스피 주인공 등극

등록 2020.11.24 15:07

수정 2020.11.27 15:03

박경보

  기자

‘개인매수=증시하락’은 옛말...올해 시장의 판 완전히 뒤집어 ‘단타’에서 우량주 중심 장기투자로...주가회복 학습효과 영향 대주주 요건 등 정부 정책 적극 관여...“자본시장 선순환 기대”

‘게임 체인저’의 출현...코스피 주인공 등극 기사의 사진

‘동학개미운동’의 원년인 올해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제일 큰 특징이다. 공포의 하락장 속에서도 수십조를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받치면서 “개인의 매수는 증시 하락”이라는 공식도 옛말이 됐다. 기관과 외국인에 눌려왔던 개미들이 기존 주식시장의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는 평가다.

코스피는 지난 23일 2602.59으로 마감하며 약 2년 10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도권을 쥔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의 핵심축으로 거듭난 결과다. 실제로 지난 3월 1457.6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2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37조원에 이르고, 63조 1359억원에 달하는 개인의 증권계좌 예탁금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로나19 여파로 ‘팔자’에 나섰지만 개인은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바닥에서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적극 매수했던 개인은 주가가 반등하자 이달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반면 개인이 내놓은 물량을 외국인이 사들이며 오랜 기간 이어진 투자 흐름이 뒤바뀐 모습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강세장에서도 매도세를 지속해온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작다고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올해는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매도에도 순매수세를 유지하면서 폭락한 증시를 부양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주가 회복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이라며 “저금리 기조와 각종 규제 속 대안 투자처에 대한 수요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이 바뀐 배경을 ‘경험에서 우러난 학습효과’로 보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 폭락과 회복을 지켜본 개인 투자자들이 ‘급락 이후 반등’이라는 경험을 학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997년 12월 12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7.1% 폭락하며 연중 저점을 경신했지만 한 달 만에 25.7% 반등하며 하락폭을 만회했다. 2008년 10월 24일에도 코스피는 연중 저점을 기록한 뒤 한 달 만에 6.9%나 반등한 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또 다른 이유로는 ‘대안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다는 뜻이다.

또 정부의 규제 강화로 부동산 투자가 제한된 것도 ‘동학개미운동’의 단초가 됐다. 투기과열지구 확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등이 이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도 단기매매 중심에서 장기 투자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과거 세계은행(WB)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평균 주식 보유기간은 8.6개월로, 144개국 가운데 네 번째로 짧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은 대형주를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현대차, 네이버 등 시가총액 상위주에 투자를 집중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년간 7배 이상의 수익률을 낸 만큼, 대형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23일 청와대 앞에서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0월 23일 청와대 앞에서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제공

힘이 세진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적극 개입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은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주주 요건 강화를 강행하려는 정부와 개인 투자자들이 극심하게 대립하며 사회문제로 번졌을 정도. 하지만 연말 폭락장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끈질긴 항의 끝에 결국 대주주 요건 강화는 없던 일이 됐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올해는 우리 주식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이 주인공이 된 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주요 국가의 주가지수가 2~5배 이상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13년째 박스권에 머물며 제자리걸음만 걸었는데, 이제는 대세 상승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학개미운동은 부동산 폭등으로 상심한 젊은 세대가 주식시장으로 몰려온 영향이 큰 만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700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내면 그중 일부가 실물 경제로 유입되는 선순환 구도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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