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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 창업주 이상직, ‘김현미 찬스’는 끝났다

[이세정의 항공 쑥덕]이스타 창업주 이상직, ‘김현미 찬스’는 끝났다

등록 2020.08.05 07:43

이세정

  기자

제주항공 양양~김해 취항 불허 해프닝업계선 M&A 무산 수순 보복으로 치부김 장관-이 의원 친분 탓, 동향에 文 라인장관 주재 면담, 제주항공 인수 강요 논란 지원 명분 부족에···金, 결국 법정관리 언급

항공업계가 어느 때보다 시끄럽다. 업황부진과 구조조정, 인수합병(M&A), 경영권 다툼 등 온갖 이슈가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이를 둘러싼 풍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잡담’(雜談)으로 보기엔 무겁고 ‘정설’(定說)로 여기기엔 가벼운, 물밑에서 벌어지는 ‘쑥덕공론’을 시작해 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파기 권한이 생겼다고 밝힌 지난달 16일, 항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국내 첫 저비용항공사(LCC)간 M&A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이유보다도, 국토교통부가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입니다.

제주항공은 7월15일 자정까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선결조건 대부분이 유동성 문제여서 현금곳간이 메마른 이스타항공이 해결할 가능성은 ‘제로’(0)였습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제주항공은 다음날 오전 9시30분 M&A를 무산시킬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같은날 오후 6시쯤입니다. 제주항공이 당장 다음날부터 운항하는 양양~김해 노선의 부정기편 취항을 국토부가 불허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 양양~김해 노선 취항 기념 행사를 준비 중이던 강원도는 제주항공 측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행사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부정기 운항 승인을 취소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제주항공 양양공항 취항 불허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제주항공이 행사를 취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정대로 나흘간 부정기편을 운항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토부 보복이 시작됐다” “인수 완주하게 하려는 압박이다” 등의 우려가 빠르게 퍼졌습니다. 잘못된 소식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계를 고려할 때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본 것입니다.

즉,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M&A 성사를 위해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노선 허가권을 볼모로 압박했다는 해석입니다.

이스타항공이 창업주 덕을 본다는 불만은 그동안 간간이 들려왔습니다. 운수권 배분에서 이스타항공이 알짜 노선을 가져가면 ‘김 장관이 챙겨준 것 아니냐’는 식의 푸념도 나왔습니다.

이같은 의혹을 정면에서 표출한 항공사는 없었습니다. 고작 뒷담화하는 수준에 그쳤지요. 항공사 경쟁력을 좌우하는 운수권 배분 등 절대 권력을 가진 국토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실제 이 의원과 김 장관이 ‘절친’인지는 확인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정황상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근거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 의원과 김 장관은 전라도 출신입니다. 두 사람 모두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소위 ‘문재인 라인’으로 분류됩니다. 이 의원은 2017년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습니다. 김 장관이 차기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은 문 대통령의 신임 정도를 나타내는 증표이기도 합니다.

김 장관이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은 이례적입니다. 김 장관은 지난달 초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이 의원을 각각 면담을 갖고 M&A를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M&A 진행 경과와 입장을 듣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각 당사자가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대승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습니다.

주무부처의 M&A 개입에 대한 시장 거부감은 상당했습니다. 제주항공에 인수를 강요한 것과 다름 없어 우월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제주항공이 결국 인수 무산을 선언하자 항공업계의 시선은 김 장관의 입으로 향했습니다. 핵심은 김 장관이 이 의원의 백기사로 등판할지 여부였습니다.

하지만 그도 이스타항공의 현 상황이 심히 부담스러웠나봅니다. 김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일종의 ‘손절’로 들립니다.

M&A에 관여하면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생겼고, 이 의원이 사재출연 등 도의적 책임마저 회피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 지원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사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친구 찬스도 이제 끝난 것처럼 보인다”며 “모든 피해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한편, 이 의원은 뒤늦은 수습에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파장이 컸기 때문이지요. 그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지만, 이번 사태로 후보직에서 내려왔습니다. 미래통합당은 이스타항공 비리 의혹을 파헤칠 진상규명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주 중 최종구 대표와 함께 ‘이스타항공 살리기’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그가 창업주다운 희생정신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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