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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조건 까다롭고 경영개입도 우려···업계 “문턱 낮춰야””

[NW리포트|성과 없는 기안기금]자격·조건 까다롭고 경영개입도 우려···업계 “문턱 낮춰야””

등록 2020.07.10 07:01

수정 2020.07.10 07:39

주현철

  기자

한 달만에 신청공고 게시됐지만···지원 후보군 안보여요건 충족 기업은 ‘고심’···급한 기업은 요건 충족 못해기금 대출금리 매력↓···주식연계증권 이익공유 ‘부담’‘지원 문턱 너무 높다’ 지적도···“수요자와 협의 필요”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최근 지원 신청 공고를 내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0조원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기금에 국민의 혈세를 들여 출범했는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기안기금 운용회는 지난 7일 기안기금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신청 공고를 게시했다. 지난 9일 추가 지정된 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등 7개 업종의 경우 10일 지원 신청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주채권은행의 검토의견을 받아 기안기금에 신청하면 된다.

문제는 기안기금 지원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청 대상은 항공업을 포함한 9개 업종 기업 중 총차입금 5000억원이상(작년말 기준 감사보고서), 근로자 300인 이상(올해 5월 1일 기준)인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만 해당한다.

이 때문에 지원 기준에 맞는 기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안기금 지원대상 요건을 맞춘 대형항공사는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곳뿐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코로나19의 타격이 크기는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으로 매각해 기업을 정상화하려는 계획이 꼬여, 기금 투여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금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기안기금 지원대상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은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LCC는 기안기금이 아닌 135조원 민생금융안정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기로 가닥이 잡혔다.

쌍용자동차도 기안기금 등 정부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기안기금 대상 업종이 자동차·조선·기계 등으로 확대되면서 쌍용차 역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쌍용차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이지만, 쌍용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였기 때문이다.

기안기금 신청을 검토 중인 해운사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150여 해운사 중 기안기금의 차입금과 고용인원 요건에 충족하는 곳은 10여곳에 불과하다. 이 중 2~3곳이 기안기금 신청을 검토 중이지만코로나 사태로 실적이 줄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HMM(옛 현대상선)은 지원 대상으로 꼽히지만 정부의 해운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조건이 더 좋은 상태다. 2호 수혜기업으로 지목돼온 HMM은 이미 산업은행 관리하에서 충분히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데다, 올해 1분기엔 손실폭도 줄어 당장 기안기금을 신청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 기준에 맞더라도 요구조건들이 까다로워 기업들도 신청을 주저한다. 기금 지원을 받으면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고, 임직원 연봉이 동결되며 배당도 할 수 없다.

기안기금 1호 대상으로 점쳐지는 대한항공은 신청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산업은행이 기금 지원 조건으로 자구안 마련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서다.

기내식과 기내면세사업, 송현동 부지 등을 매각하기로 한 대한항공은 기안기금 지원을 받으면 사업부나 유휴 자산을 더 내놓아야 한다. 남아있는 사업 중 수익성이 높은 항공우주사업부문(MRO)까지 물적분할해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지원조건을 살펴보면 지원액의 최소 10%는 주식연계증권으로 인수되는데 추후 정부가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기금이 제공하는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단 기금 대출금리는 조달금리, 채무자의 신용위험 등을 감안하여 은행 금리체계를 준용하여 산정한다. 대출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 이내이나 필요시 2025년이라는 기금 운용기간을 감안해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업종마다 대출금리가 다르게 정해지는데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들은 기안기금으로부터도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 기금 대출금리는 ‘시중금리+α’로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격·조건 까다롭고 경영개입도 우려···업계 “문턱 낮춰야”” 기사의 사진

지원절차 역시 복잡한 편이다. 신청기업은 사전에 기금지원을 상담받고 주채권은행 검토를 받아야한다. 주채권은행 검토의견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 여부, 기금의 자금지원에 따른 정상화 가능성에 관한 내용 등이다. 이후 기금 신청을 하고 기금운용회 심의를 기다려야 한다. 이후 운용회는 심의결과를 통지하고 대출약정을 체결 하면서 지원이 이뤄진다.

당초 정부가 기안기금 조성을 발표할 당시 그렸던 그림대로 현재 상황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 6월초엔 기업들의 신청을 접수한 뒤 집행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청 공고도 한달이 훌쩍 넘어서 게시됐다. 신청 공고가 나왔지만 정작 까다로운 지원조건 등으로 기업들은 신청을 망설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고를 냈는데 신청 기업이 없으면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질 수 있다”며 “기안기금 지원이 실효성을 거두기위해선 수요자 입장에 맞는 지원 시기와 방법 등을 협의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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