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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상직 압박에도···이스타항공 인수 장고

제주항공, 이상직 압박에도···이스타항공 인수 장고

등록 2020.06.30 12:42

수정 2020.06.30 13:10

이세정

  기자

이스타 대주주 일가, 지분 매각 시세차익 포기제주항공,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 돌발행보 ‘황당’선결조건 선이행 강경 태도, 애경그룹 의지 약화업계 “진성인수 맞나” 지적···포기로 무게추 기운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을 향해 최후의 반격을 날렸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일방적인 돌발행동일 뿐, 선결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진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련업계는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분석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로 보유한 이스타항공 보유 주식 전량(38.6%)를 회사에 무상 헌납키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대주주 일가가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을 포기하는 그림이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직접 매각대금을 받아 임금체불 등 경영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지분 헌납 방안이나 이후 자금 활용 계획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에 제주항공과 체결한 계약 내용을 변경할지, 그대로 유지할지 등도 논의되지 않았다. 대주주가 급하게 내린 결정인 만큼, 차후 구체화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이 의원과 가족들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며 경의를 표했다. 또 “제주항공과의 협상이 2개월 가량 중단된 상태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제주항공은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철우 이스타항공 근로자 대표 역시 “제주항공은 M&A와 관련된 답을 빨리 주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며 “직원들은 어떠한 고통분담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제주항공의 인수를 촉구했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은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측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이 의원의 지분 헌납이 현재 진행 중인 M&A에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사전협의 없이 추진된 기자회견인 만큼, 공식 입장을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스타항공 측에 요구한 선결조건들이 모두 충족돼야만 인수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최근 진실공방을 벌이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전 노선을 셧다운(운항중단) 한 것이 제주항공의 지시라고 주장했다. 또 관련 증거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사실이 아니다”고 대응했다.

이스타항공 돌발 행동으로 제주항공과의 감정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맺은 주식매매계약(SPA) 당시 요구한 선결조건 2가지가 종결되지 않으면 협상 진전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측이 제시한 선결조건은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제트에 선 지급보증 해소와 해외 기업결함심사 승인 완료다.

타이이스타제트는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과 현지 기업 타이캐피털의 합작사다. 지분 관계가 없는 탓에 회사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타이이스타제트의 항공기 리스 보증을 선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제주항공은 지급 보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베트남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는 아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사가 지연된 여파다.

최 대표는 “선결조건 2가지 모두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베트남 기업결함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베트남 정부가 요청한 보완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베트남 쪽에서 요청한 자료는 영업비밀과 관련된 중대한 사항이 아닌 만큼, 지연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항공 뿐 아니라 애경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가 상당히 약해졌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주항공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기업인 이스타항공까지 떠앉는 것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경그룹에서 실질적 총수 역할을 하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직접 나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다음달 6일 2차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에 이사 후보 명단을 재차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신규 이사 및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리스트를 주지 않아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이번에도 이사 후보 명단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의 기조는 이전과 동일하다. 최종 딜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 명단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인수 완주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과정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인수 의지가 진성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스타항공의 최후통첩에도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추가 협상은 없다는 의미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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