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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펀드 사고···‘운용사·판매사·당국’ 누구도 면피 못한다

반복되는 펀드 사고···‘운용사·판매사·당국’ 누구도 면피 못한다

등록 2020.06.30 08:11

수정 2020.07.02 09:15

허지은

  기자

라임 당해놓고···사전감지 실패한 당국‘안전하다’ 말만 믿고 수천억 팔아치운 판매사“신속한 자산 동결···추정손실액 제도 도입해야”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서울 강남 본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대규모 환매중단 사태’ 옵티머스자산운용 서울 강남 본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대형 사모펀드 사고가 반복되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체계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불러온 라임 사태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1000억원대 환매 중단을 선언한 옵티머스 사태가 다시 터지면서 당국의 규제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주 초 유관기관들과 함께 사모펀드 전수조사 방식과 일정 등을 논의하는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에서는 국내 유통 중인 1만여개 사모펀드에 대해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등이 서로의 자산 내역과 서류 내용을 확인하는 ‘4자 교차 점검’을 우선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는 크게 운용사와 판매사(은행·증권사), 수탁사(은행), 사무관리회사 등 4곳이 주체가 된다. 운용사가 펀드 설계와 투자·운용 지시를 내리면 수탁사는 자산을 실제 매매한 뒤 펀드 자산을 보관한다. 운용사가 이 같은 내역을 사무관리회사에 알리면 펀드의 기준가와 수익률 산정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운용사가 수탁사에 내린 운용 지시와 사무관리사에 알린 운용 내역이 달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이번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역시 당초 투자처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알려졌지만 서류 위·변조를 통해 대부업체나 부실기업 사채 등에 투자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부실자산이 펀드에 편입됐는지를 사전 인지할 방법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 입장에선 운용사가 마음먹고 속이면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 판매가 집중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옵티머스운용을 상대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모펀드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는 운용사 탓을, 운용사는 투자 업무를 대행한 법무법인 탓을, 수탁사는 펀드를 관리·감독할 권한조차 없다며 법률적 사각지대를 탓하고 있다. 이 모든 체계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 역시 사전이 아닌 사후 처리에 나서며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4자 간 펀드 자산 내역과 장부 내용을 확인하는 전수 점검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금감원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금융위·금감원 ‘떠넘기기’ 눈살=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전수조사 카드를 두고 금융권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지난해 라임 사태 이후 금감원은 이미 1700여개 펀드를 중심으로 실태점검에 나섰고 옵티머스운용 또한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며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모펀드 1786개를 상대로 실태 점검을 가졌다. 이마저도 펀드의 유동성 문제를 서면으로만 점검한 만큼 개별 펀드의 건전성이나 투자 자산운용 실태 등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섰지만 당시 점검은 계약서의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형식적인 조사에 불과했다”며 “금감원은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부실한 감독 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에선 전수조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5개 팀에 32명의 인력만 갖춘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사모펀드를 전부 정밀 조사하려면 수십년은 걸린다”며 은성수 위원장의 전수조사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러한 금감원의 인력난을 고려해 한국거래소와 예금보험공사 등 검사 기능이 있는 유관기관의 인력 지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력 지원이 이뤄질 경우 검사 시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사모펀드 문제로 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고초를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관계자 자산을 파악하고 동결해야 하며 손실액 산정과 과실비율을 따지기 전에 추정손실액 제도를 도입해 신속하게 보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준완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 지부장은 “옵티머스 펀드는 안정적인 투자 성향의 고객들이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려고 했던 상품인 만큼 고객들의 자금 계획에 구멍이 난 상황”이라며 “관련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판매사가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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