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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돈은 왕서방이”··· 얌체 유튜버에 골머리 앓는 증권사

“재주는 곰이 돈은 왕서방이”··· 얌체 유튜버에 골머리 앓는 증권사

등록 2020.05.18 16:39

수정 2020.05.18 17:31

조은비

  기자

애널이 50 페이지 리포트 1건 작성하려면 평균 2주 소요'주식붐' 틈타 무료 리포트 이용해 돈 버는 유튜버 많아져NH·한투·KB 차별 접근권 추진··· 품질 개선 노력도 필요해

"오늘 나온 ○○금융투자 김아무개 연구원의 셀**온 분석 보고서 함께 보시겠습니다"

구독자 3만여명을 보유한 주식 전문 유튜버 A씨 영상에 나오는 멘트 일부다. 흡사 학원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 학생들에게 건네는 서론처럼 들린다.

다른 점은 학원 교재는 유료지만, 유튜브 주식 강의에 이용된 리포트는 무료라는 점이다. 학습 교재를 만드는 데 교육 전문가의 품이 드는 것처럼, 주식 투자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리포트를 만드는 데도 전문 애널리스트의 지식과 노력이 담겨있다. 조금 더 나가면 지적재산권이 해당 증권사에 있다는 것이다.

유튜버 A씨가 지난 5월 11일 공개한 이 영상에는 한 증권사의 최신 기업 분석 리포트 원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담겨 있다. A씨는 증권사 리포트 원문에 간단한 판서를 하며 기업을 해설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구독자를 비롯해 유튜브 플랫폼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차별 노출했다. 초보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를 도울 목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으로 스트리밍 등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유튜버 A씨가 제작한 동영상 캡처 화면. A씨는 약 14분간 증권사 보고서에 밑줄과 강조, 별표 등을 표시하며 마치 쪽집게처럼 기업 정보를 알려줬다. 영상 중간 유튜버 A씨가 제작한 동영상 캡처 화면. A씨는 약 14분간 증권사 보고서에 밑줄과 강조, 별표 등을 표시하며 마치 쪽집게처럼 기업 정보를 알려줬다. 영상 중간 "자신도 해당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버 A씨가 활용한 증권사 보고서는 공짜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며 이런 인터넷 활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 지식이 담긴 무료 보고서를 2차 가공해 경제적 이득을 보는 행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함께 나타난 2차 가공자의 부당이득 챙기기가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증권사는 유튜버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산업 분석 리포트 한 건을 발행하기 위해 고학력 애널리스트를 고용하고, 이들이 보고서 작성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주제 선정, 사전 조사, 분석 대상 기업 확정 및 탐방, 실제 작성 등이 포함된다.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가 한 건 나오기 위해서는 최소 2주의 시간이 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이런 '얌체 유튜버'를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리포트 저작권 관련 논의는 매해 나왔지만, 이번에는 제도 정착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에 '조사 분석 자료 판매 업무'를 부속업무 신고하며 보고서 열람 허용 대상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산업 분석과 증시 및 경제전망, 파생, 퀀트, ETF, 환율 등 투자전략 관련 조사 분석, FICC(채권, 외환, 상품) 등에 관한 조사 분석 자료를 수요가 있는 기관과 NH투자증권 고객 대상으로만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면 유료화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계좌가 있는 개인 고객 대상으로 리포트를 제공하는 등 일명 '리포트 유료화 움직임'은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고객군별, 보고서 유형별 등 다양한 과금 방식에 따라 대가를 수취하도록 했다. 삼성증권도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조사 분석 자료를 판매하고 글로벌 트렌드 분석 등을 제공한 뒤 수수료를 받는 업무를 하고 있다. KB증권은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 한해 뷰어 형태로 전용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유럽의 경우 ‘MIFID II’가 실시되면서 리포트 유료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됐다. 우리나라는 증권사 리포트 대부분이 시차를 두고서라도 증권 전문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에 무료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한국 유튜버들은 애널리스트가 리포트에 녹여낸 정보와 인사이트, 목표주가 등의 지식 재산을 2차 가공해 돈을 번다. 그야말로 재주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부리고 돈은 유튜버가 가져가는 셈이다.

이외에도 유튜버들이 무료 리포트를 2차 가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내용들이 실질적으로 투자에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것도 논의 대상이다. 몇몇 대형 증권사들은 단쪽 리포트를 무료 접근 사이트에 공개하고, 알맹이 있는 리포트들은 자문 금액을 받는 등 차별 운영 정책을 쓰고 있다. 무료 리포트가 많다고 해서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석훈 자본연 실장은 "결국 유튜브에 의존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보의 맨 끝 단에서 유튜버에 의존해 이미 시기가 놓친 정보를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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