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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날대로 났는데...금융당국, ‘뒷북 또 뒷북’

손실 날대로 났는데...금융당국, ‘뒷북 또 뒷북’

등록 2020.05.11 16:21

김소윤

  기자

금융위, 이번엔 원유선물 ETN 액면병합 검토 제도 마련돼 있지만 시스템 가동 빨라야 9월ELS총량제 도입도 문제, 기준 협소해 영업 차질DLF·라임사태·공매도 금지 등 연이은 ‘헛발질’

손실 날대로 났는데...금융당국, ‘뒷북 또 뒷북’ 기사의 사진

금융당국이 난장판이 된 원유선물 ETN의 액면병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자 또 뒷북을 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동안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등의 허점을 메우기 위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을 때도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에 증시 폭락이 나올 때 발표한 공매도 금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해야 할 당국이 리스크 관리 등 예방차원의 활동보다는 사후 관리에만 치우쳤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시장감시자와 금융당국은 ETP(ETN과 ETF) 상품에 액면병합을 허용하고, LP(유동성 공급자)의 책임 강화, 투자자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의 종합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사건의 발단은 전례없는 국제유가 하락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자본시장 역사상 전례가 없는 마이나스 가격에 거래되면서 부터다. 당시 키움증권 등 증권사 HTS(홈트레이닝시스템)이 호가를 인식하지 못하자 거래가 마비되기도 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증거금을 모두 잃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손실이 생겨 마이너스가 찍힌 ‘깡통 계좌’가 속출했다. 이미 시장에는 ‘최근처럼 원유가 쌀 때, 원유 ETN 사서 떼돈 벌자’ 라는 생각으로 접근한 ‘투기개미’들이 고위험군이 선물시장까지 불나방처럼 뛰어든 상황이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ETN에 대거 몰려 시장은 이미 ‘투기판’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괴리율, 롤오버, 콘탱고 등과 같은 선물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상품구조도 모른 채 일확천금만을 바라봤던 투자자들은 결국 원금 전액 손실 위기까지 처한 상황이다.

괴리율이 1000% 이상 과열을 보였음에도 시장 관리자인 한국거래소는 어떠한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해 현재 ‘ETN 관리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거래소는 일부 원유 레버리지 ETN 종목에 대해 매매 거래 정지에 나섰지만 이미 괴리율이 900%대로 치솟은 뒤 나온 ‘뒷북 대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손실 날대로 났는데...금융당국, ‘뒷북 또 뒷북’ 기사의 사진

금융당국도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조만간 ‘동전주’ 원유선물 ETN·ETF(ETP) 상대로 액면병합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발행사들이 ETN을 병합하면, 증권가치의 변동은 없지만 겉으로는 거래가격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당국은 거래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심리적 진입장벽을 높이고 변동성을 완화시켜 투기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컨데 1주당 400원짜리 ETN 상품이 2배(800원), 10배(4000원) 올랐다해도 이전 가격과 크게 차이가 없어 당국이 의도한 진입장벽 낮추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 동전주로 추락한 ETN은 이미 상품성이 없어진 상품인데 의도적인(?) 병합으로 상품가치를 되살린다면 오히려 투기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오히려 ETN시장에 기본예탁금 도입이 투기 수요를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란 말이 나온다. 다만 전면적으로 기본 예탁금 제도를 도입하면 자칫 시장이 냉각될 수도 있기 때문에, 괴리율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에만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문제는 병합이 가능해도 제반 시스템이 구축될 것인가에 눈길이 쏠린다. 현재 주식병합·분할에 대한 제도는 마련돼있지만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곧장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9월에야 해당 상품의 병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언급된 ‘ELS(주가연계증권) 총량제’ 도입도 뒷북 대응이라며 지탄받고 있다. ‘국민 재테크’로 불렀던 ELS은 글로벌 증시 급락 우려로 지난달부터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고, 증권사 역시 ELS 자체 헤지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염려했는지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즉 리스크 방지 차원이라며 증권사별로 발행 한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증권사와 협의가 이뤄지기에는 요원한 모습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총량규제 100%’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증권사들에게는 너무나 협소한 기준이 돼 버린다.

이 규제는 ELS 총량규제는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둘러싼 원금 손실 공포가 커지면서 당국에서 이 같이 규제하게 됐다. 그러나 ELS에 대한 뒷북 규제 때문에 당시 애꿎은 개미들만 절호의 투자 기회를 놓쳤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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