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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시켰는데 짬뽕 왔다”···롤오버에 원유개미 ‘분통’

“짜장 시켰는데 짬뽕 왔다”···롤오버에 원유개미 ‘분통’

등록 2020.05.11 15:15

수정 2020.05.11 16:25

허지은

  기자

원유ETN·ETF, 기초자산 6월→7월→8월물 교체6월물 가격 올랐지만 월물 교체로 수익 낮아“손실은 즉각, 수익은 지연이냐” 투자자 분통업계 “월물 교체 불가피···추가 손실 막아야”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유가 반등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죽을 맛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원유 ETN(상장지수증권)과 ETF(상장지수펀드) 상품 대부분이 롤오버(월물 교체)를 이미 마쳐 즉각적인 반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운용사들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월물 교체는 당연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짜장 시켰는데 짬뽕 왔다”···롤오버에 원유개미 ‘분통’ 기사의 사진

11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연계된 상품들은 추종 자산이 8월물로 교체된 상태다. 지난 4일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증권사들은 지수 산출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원유 선물지수의 월물 교체를 통보받았다.

국내 원유 ETN 상품들은 S&P가 산출한 원유 선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움직인다. 벤치마크인 S&P가 추종하는 기초자산이 바뀔 경우 국내에 상장된 ETN과 ETF들도 이를 토대로 기초자산 투자 비율을 바꾸는 식이다.

S&P는 지난달 WTI 5월물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까지 추락하자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월물을 긴급 변경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특별 변경을 통해 기초자산을 기존 6월물에서 7월물로 변경한 데 이어 일주일만에 다시 8월물로 변경한 것이다.

◇“사전 안내도 없이 변경했다” 억울한 투자자들=공교롭게도 월물 교체 이후 근월물인 6월물 가격은 반등을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6얼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1.19달러(5.0%) 오른 24.7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2주째 상승세를 보이며 4월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투자자들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월물 교체로 근월물 가격이 오른 수익이 즉각 반영되지 못 한다고 항변한다. 원유 선물 ETF 투자자 A씨는 “60% 폭락할 땐 그대로 반영돼서 -60%를 만들어놓고 위험하다며 폭등 전에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방식을 변경했다. 이후 60%가 폭등했는데 아직도 -40% 수준이다”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투자자 B씨 역시 “친구한테 1000만원을 주고 금을 사오라고 시켰더니 그 친구가 말도 없이 금값이 폭락해서 위험하다고 은을 사오면 어떡하겠나. 약속을 변경하려면 당연히 변경 전에 사전통보는 기본이다”라며 ”짜장면을 시켰는데 짬뽕을 배달해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실제 WTI 6월물 가격 상승폭은 차근월물인 7월물이나 8월물보다 더 컸다. WTI 원유 선물 6월물은 지난달 21일 배럴당 10.01달러에서 지난 8일 24.74달러까지 147.2%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차근월물인 7월물은 41.2%, 8월물은 30.5% 상승에 그쳤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WTI 선물 최근월물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원유 ETF의 순자산가치 변동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편”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선물계약이 최근월물보다 차근월물 또는 중장기월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최근월물의 가격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월물 교체에 따른 롤오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나 운용사는 최근월물에서 차근월물로 기초자산을 바꾸게 되는데 유가가 급락하며 콘탱고(Contango·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상태) 현상으로 롤오버 시 손실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S&P도 지수 구성 방식을 자주 바꾸고 있어 롤오버에 따른 리스크도 큰 상황이다.

전 연구원은 “ETF·ETN이 보유 중인 WTI 선물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해당 상품의 롤오버 과정에서 거래월물에 대한 일방적인 매수·매도압력이 높아진다”며 “이는 롤오버 비용효과를 증폭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운용사 “변동성 장세에서 월물 교체는 당연”=상품을 운용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월물 교체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변동성 축소를 위해 차근월물로 교체하거나 구성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식의 헤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WTI 선물을 활용하는 국내외 상품들로서는 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반전할 경우 강제 중도청산이나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어 펀드 운용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ETN 역시 LP(유동성공급자)들의 지속적인 추가 상장에도 괴리율이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이 ‘액면병합’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기도 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달 5월물 가격이 -3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1조원짜리 펀드가 상장폐지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기초자산을 6월물로 바꾸고, 7·8·9월물도 추가 편입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항변과는 달리 국내 증권·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운용방식 변경을 사전 공지했다.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원유 선물 ETN과 관련한 656개의 투자유의 안내 공시가 올라왔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운용방식 변경을 사전 공지한 바 있다.

전균 연구원은 “많은 원유 ETF들이 4월 WTI 선물시장의 변동성 폭증으로 기존의 운용방식을 크게 수정했다. 이는 펀드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선물보유 방식을 다변화한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당 ETF의 포트폴리오 구성방식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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