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4-16 18:02

‘빅맨’ 등장에 달라진 금통위, 정책 변동 가능성은 낮을 듯

‘親정부 인사’ 조윤제·주상영 신규 추천
비상시국 고려해 완화적 정책 유지할 듯
서영경, 14년 만에 다시 등장한 내부인사
향후 정책에 女 경제활동 의견 담길 수도

서울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열렸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재편됨에 따라 앞으로의 통화 정책 방향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금융통화위원 추천의 면면을 보면 과거와 달리 특별한 점이 많기에 이들이 처음 참석하게 될 5월 금통위 결과에 관한 관심이 벌써부터 높다.

특히 정부 고위층과 지속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던 이들이 금통위에 발을 들여놓은 만큼 정부의 정책 입김이 금통위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완화적 정책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은행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조윤제 전 주미대사,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영경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을 각각 차기 금통위원으로 추천받았다고 16일 밝혔다. 한은 몫의 추천 위원에는 고승범 현 위원이 연임됐다.

이번 금통위원 추천에는 크게 4가지의 특이점이 존재한다. 한은 총재급에 비길 만한 거물급 인사가 금통위원에 추천된 점, 여성 위원들의 숫자가 늘어난 점, 한은 출신 인사의 약진, 사상 첫 금통위원 연임 사례 등장이 이번 금통위원 추천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다.

한국은행 차기 금융통화위원에 신규 위원 3명, 연임 위원 1명이 추천됐다. 사진 왼쪽부터 조윤제 전 주미대사, 주상영 건국대 교수, 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 고승범 금통위원. 사진=뉴스웨이DB

우선 이른바 ‘빅맨’의 등장은 다소 이채로운 부분이다. 조윤제 금통위원 내정자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 존재감이 비슷할 정도로 매우 막강한 이름값을 뽐내는 인물이다. 실제로 이주열 총재의 1기 임기가 끝날 즈음 후임 총재 후보군에 언급될 정도로 명망이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우방국인 미국의 주재 대사를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정책 연구를 총괄한 책사 역할을 했을 정도로 청와대와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 정부의 정책 코드가 통화 정책에서 그대로 드러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빅맨’은 아니지만 이번 추천자 중 유일한 학계 출신인 주상영 내정자도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다. 주 내정자는 대통령에 경제 정책 자문을 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거시경제분과 의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금통위원 하마평에 줄곧 올랐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역설한 대표적 경제학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특히 건국대 경제학과 내에서 교수로 함께 일한 인물 중에는 이번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로 활동한 최배근 교수도 있다. 두 교수의 관계는 꽤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앞으로 금통위가 결정하게 될 통화 정책의 방향에 청와대 등 정부 고위층의 입김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게 됐다.

금통위 내부에 여성 위원의 숫자가 늘어난 점은 시대 변화의 증거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에서는 임지원 위원이 유일한 여성 위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서영경 내정자가 금통위에 합류하면서 여성 위원 숫자가 2명으로 늘게 됐다.

무엇보다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운 금융권에서 금통위원 7명 중 2명이 여성이라는 점은 앞으로의 통화·금융 정책에서 여성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

서영경 내정자에게는 한 가지의 특징이 또 있다. 바로 한은 내부 출신 인사의 재등장이다. 역대 금통위원 중 가장 최근에 한은 출신 금통위원은 지난 2006년 선임된 심훈 전 위원 이후 14년 만이다. 최초의 한은 여성 임원 출신 금통위원이라는 기록도 쓰게 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새 금통위원들이 어떤 정책 방향을 역설하느냐에 있다. 오는 20일로 임기가 끝나는 기존 금통위원 중 이일형 위원은 긴축적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매파’였고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은 완화적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고승범 위원은 매파 성향이었고 서영경 내정자 역시 한은 출신 위원들의 역대 사례를 볼 때 매파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조윤제 내정자와 주상영 내정자가 정책 방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둘기파의 목소리를 낼 확률이 높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매파와 비둘기파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벌어진 초비상 경제 시국인 만큼 시장에 돈을 대거 푸는 완화적 정책이 당분간 강화될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 9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금리 인하의 여지를 언급했던 만큼 후임 금통위원의 취임 이후에도 당분간은 완화적 기조의 통화 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통위원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한국은행법에 따라 조 내정자와 서 내정자의 임기는 오는 21일부터 2024년 4월 20일까지 4년이며 고 내정자와 주 내정자의 임기는 2023년 4월 20일까지 3년이다. 차기 위원 4명에 대한 임명장은 이들의 임기 시작일인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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