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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물 먹은 ’유통사들···‘증시 입성 꿈’ 물거품되나

수년째 IPO 도전 이랜드리테일·바디프랜드 상장 ‘글쎄’
‘롯데리츠’ 상장 이어 ‘홈플러스리츠’ 상장 재도전 주목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증시 입성에 줄줄이 실패한 유통업계가 ‘재상장’ 계획에 좀처럼 속도를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바디프랜드·홈플러스 리츠 등 비상장 기업들은 매년 IPO(기업공개) 추진에 열을 올렸지만 재무구조 악화, 증시 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상장에 실패했다. 특히 올해는 세계적으로 번진 코로나19 악재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시장 전망 역시 어두워 상장 ‘재수생’ 기업들의 꿈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수 년째 상장 추진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당초 이랜드그룹은 투자자들과 약속을 지키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력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을 2017년 5월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가 아르바이트생 임금 착취 논란이 발목을 잡으며 상장 예비심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랜드파크 논란이 커지면서 이랜드파크 외식 브랜드 뿐만 아니라 이랜드 유통매장 등에도 불매운동이 일어날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당장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를 추진했다가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 프리IPO(사전 기업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그 결과 2017년 6월 큐리어스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프리IPO 방식으로 4000억 원을 출자하고 이랜드월드가 2000억 원을 후순위 출자자로 투자해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사들였다.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2019년 상반기까지 상장을 약속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2018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이랜드리테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해 3월 또다시 상장은 무산됐다. 이후 지금까지 잠잠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장 추진에 시동을 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이랜드리테일이 그간 진행해 온 이사회 재정비를 마무리 지은 점을 미뤄보았을 때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랜드리테일 이사진에 다시금 포함시켰다.

현재 이랜드리테일 이사회는 석창현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 김우섭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 이갑구 이랜드리테일 CFO, 이윤주 이랜드그룹 CFO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윤주 전무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나 이사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첫 사내이사로 자리했을 때는 이랜드리테일 CFO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당시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추진할 때라 곳간 지기인 CFO가 이사회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증시 상황이 악화되면서 상장을 서두르진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자기주식 매입 카드로 재무적 투자자(FI) 투자금을 모두 갚은 상태라 이랜드 입장에선 전혀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상장 무산된 이후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상장이 급한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향후 상장 계획이 아예 무산된 것이 아니라 증시 상황과, 기업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언제쯤 진행될지는 다시 일정을 살피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고 말했다.

국내 안마시장 1위인 바디프랜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바디프랜드의 상장 계획은 지난해 IPO 시장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업계 안팎에서는 바디프랜드의 상장이 문제 없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기치 못한 악재에 부딪혔다. 경영진의 투명성과 도덕성 결여 여부가 상장의 최대 걸림돌도 작용한 탓이다. 바디프랜드는 상장 과정에서 박상현 대표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입건되고, 회사의 미국 상표권을 오너 일가인 강웅철 본부장이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바디프랜드는 내부 조직 재정비와 실적 제고에 나섰다. 내부에서 잡음을 일으켰던 스톡옵션 제도를 손보기로 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망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실적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매출은 지난 2012년 652억원에서 2018년 4505억원까지 7배 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1억원에서 509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바디프랜드 상장 실패의 핵심 원인이었던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바디프랜드 이사회는 여전히 오너일가의 핵심인 강웅철 사내이사와 오너일가와 오래 손발을 맞춰온 전문경영인 박상현 대표이사, VIG파트너스의 안성욱 기타비상무이사가 주축을 구성하고 있다. 현재 2명인 사외이사진의 추가 확충도 없었다.

IB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가 IPO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적을 넘어 조직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실적 개선에도 상장 계획이 장기화되면 투자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수 있다. 2만원 이상을 웃돌던 장외 가격도 1만원대 미만으로 떨어져 고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해 2만원 대를 호가했던 바디프랜드의 장외가는 지난해 말 기점으로 1만원 대로 무너졌다. 업계는 꾸준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상장이 더뎌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바디프랜드 최대 주주인 VIG파트너스 IPO 재추진 가능성을 하반기 쯤 열어놓는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다각도의 자금 회수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바디프랜드의 IPO를 재추진한다면 일러야 2020년 하반기로, 상반기 중에는 아예 없다”고 선을 그었다.

리츠 상장도 주목되는 가운데 지난해 상반기 IB업계 빅이슈 중 하나였던 홈플러스 리츠의 재상장 추진 여부가 주목된다. 홈플러스 리츠는 지난해 3월 상장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 측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행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는 코스피 상장으로 최대 1조7300억원을 공모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상장한 리츠 상장한 기업보다 10배 이상 웃도는 초대형 공모로 주목 받았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리츠라는 공모 방법이 생소하다는 점도 상장 철회의 원인으로 꼽았다.

리츠는 부동산을 자산으로 하는 펀드 일종이다. 여타 공모펀드와 달리 상장 시장에서 손쉽게 거래 가능하다.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소유한 대형마트 81개점 가운데 51개점을 기초자산으로 임대료 등으로 나온 수익을 매년 배당하는 조건이었다.

연내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에 재도전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롯데리츠가 흥행에 성공한 점을 보았을 때 홈플러스 리츠도 사장을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롯데리츠 공모에서 일반투자자의 청약증거금만 12조5109억원이 몰렸다. 반면 상장 재도전 시 한번 상장을 철회했던 만큼 여론의 부정적 시선과 공모가를 낮춰야 하는 부담감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으로 꼽힌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상장 철회는 한 번 도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도전하기 힘들다”며 “재상장하더라도 부정적인 여론에 규모와 공모가를 낮춰야 하는 만큼 재시도 자체가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변상이 기자 bse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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