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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압박하는 실체스터의 ‘실체’

KT 압박하는 실체스터의 ‘실체’

등록 2020.02.26 09:02

천진영

  기자

영국계 투자사, ‘가치주 투자’ 원칙 저가 우량주에 장기 투자로 수익 KT 3대 주주, 공격적 주주권 행사 예고

사진=실체스터 인터내셔널 공식 홈페이지 캡처사진=실체스터 인터내셔널 공식 홈페이지 캡처

KT 3대 주주이자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엘엘피(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 이하 실체스터)’가 10년 만에 투자 본색을 드러냈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가운데 공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1994년 설립된 실체스터는 글로벌 주식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영국 런던 소재의 투자회사다. 설립자는 모건스탠리 유럽지사에서 펀드매니저를 했던 스테판 버트다.

실체스터는 가치주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저가 우량주를 찾아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버트 매니저는 인터뷰를 통해 “피델리티의 창업자인 피터린치의 투자방식을 선호한다”며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는 주식을 주로 사들인다”고 밝혔다. 가치투자의 원조로 알려진 피터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 동안 마젤란 펀드를 운용해 연 평균 29.2%의 수익률을 올린 전설적인 펀드 매니저다.

실체스터가 KT 주주명부에 등장한 건 2011년부터다. 당해 5월 KT 주식 10만1300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단숨에 3대 주주로 등극했다. 당시 지분율은 5.01%(1309만3693주)다. 의결권이 없는 KT자사주(6.82%)를 제외할 경우 국민연금(6.69%), NTT도코모(5.46%)에 이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된 것이다.

실체스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KT 지분을 5% 이상 매입한 첫 외국 투자기관이기도 하다. 과거 브랜디스, 트레이즈윈즈, 템플턴 등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분을 줄였다.

KT 지분 매입 전인 2010년엔 롯데제과 지분을 9.70%까지 늘린 주요 주주였다. 2006년 12월 1주를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롯데제과 주식을 사 2008년 6월 지분 5.02%(7만1412주)를 기록했다. 이후 7년간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다가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자 일부 보유 주식을 처분하기도 했다.

일본 시장에선 영국계 ‘큰 손’으로 통하며 글로벌 가치투자자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지방은행에 투자했던 실체스터는 주주총회에서 거침없이 의결권을 행사하고 실적이 부진한 경영진에는 압박을 넣었다. 이후 시장을 떠났지만 2014년 일본 기업들의 주식을 다시 사들이자 일본 증시엔 훈풍이 불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실체스터가 KT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한 만큼 본격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체스터는 지난 20일 KT 지분율을 기존 5.01%에서 5.20%로 늘렸고 보유 목적도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달부터 적용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실체스터의 주주 활동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다.

기관투자자가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꾸게 되면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배당 활동,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 변경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경영참여를 선언하지 않고도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앞서 지난 7일에는 국민연금(지분율 12.90%)도 KT의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향후 이들 KT 주요 주주들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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