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홍 기자
등록 :
2020-01-28 14:36

[제2라임사태]400조 시장 말라간다…“증권사 자기발등 찍어”

라임 이어 알펜루트로 불안감 확산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 경영난 가중
향후 모험 자본 투자 줄어들 가능성
한국형 헤지펀드 고난의 시기 도래

증권사 PBS를 등에 업고 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이 라임사태를 발단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에게 앞 다퉈 돈을 빌려주던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 위기의 근원지로 꼽히면서 결국 증권 업계가 제 발등을 찍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불안감 확산으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은 2015년 200조원대에서 지난해 400조원을 돌파했다. 연평균 50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사모펀드의 급성장은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영향이 크다.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독립해 헤지펀드 운용사를 차렸고 자금이 몰렸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비교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비상장주부터 비유동성자산까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도 제한 없이 담을 수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자본시장을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대신해온 것이다.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사모펀드는 대체로 폐쇄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을 일으킨 라임펀드는 물론 2번째로 환매중단을 선언한 알펜루트도 개방형으로 사모펀드를 운영하다가 문제가 시작됐다.

자산운용사들이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편입한 사모펀드를 개방형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들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줬기 때문이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투자, 대출, 자문,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종합서비스다.

PBS 사업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된 대형 증권사만 할 수 있다. 현재 PBS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6곳이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던 PBS 부서는 라임사태를 계기로 축소되거나 아예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증권사 연말인사에서 PBS 관련 부서의 고위 임원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문책성 인사가 단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이러한 조치가 펀드런을 부추기면서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로 모험 자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경영 위축이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자본시장 전체로 확산되면서 증권사들의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의 경우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아예 편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환매중단 사태와는 거리가 있다”면서 “다만 투자심리 악화의 영향이 공모펀드로까지 확산되면서 급격한 가입자 이탈이 나타날 경우 국내 자본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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