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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면 4500억 압류...한남3, 건설사별 제안 들여다봤더니

[팩트체크]불법이면 4500억 압류...한남3, 건설사별 제안 들여다봤더니

등록 2019.10.29 06:22

이수정

  기자

①대림산업, 임대주택제로 공약 : 불법 소지 없어②이주비 비율 : 재개발 사업지는 추가 대출 가능③GS건설, 평당 분양가 보장 : 관처 판단에 달려④대림산업·GS건설 설계안 : 市 조례에만 근거해

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 일대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 일대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입찰한 건설사들의 공약(입찰 제안) 중 일부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에 저촉돼 결국 ‘공수표’가 될 것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에서는 깨끗한 정비사업 수주 과정을 위해 법망을 좁힌 지 약 1년 만에 이런 사태가 재발한 데 대해 특별점검 등을 준비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문제가 된다던 제안사항을 꼼꼼히 살펴보면 법에 저촉되는 범위에서 비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클린수주’를 외치던 시공사들이 관련 법 취지가 무색하게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 소지가 있다고 거론되는 제안을 법령과 조례 등에 근거해 살펴봤다.

①대림산업, 임대주택제로(0) 공약

대림산업 입찰제안서에서 문제가 된 ‘임대주택제로’는 국회 상임위 법상 위배되지 않는다.

현행 도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개발의 경우 정비사업자(조합)는 전체 가구 중 15% 이하를 임대주택으로 건립해야 한다. 이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이명규 의원 등은 재개발 사업에서 의무 건립한 임대주택을 공공에서 인수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도정법상 재개발 사업자에게 임대주택 건립 의무를 부여하고 있지만, 공공의 인수 의무규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해당 법개정안은 공공임대주택 축소를 막자는 취지와는 다르게 바뀌었다. 2008년 국회 상임위의 대체안을 거쳐, 해당 법은 2009년 4월 29일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 또는 주택 공사 등은 조합이 요청하는 경우 주택재개발사업의 시행으로 건설된 임대주택을 인수하여야 한다’고 개정된 것이다. 즉 공공주택 인도는 임의, 인수는 의무로 규정돼 있는 셈이다.

따라서 대림산업이 대림AMC를 통해 한남3구역 임대주택가구를 인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법령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 조례를 통해서 임대주택 민간매각을 규제할 방법도 현재는 없다.

다만 한남3구역 조합이 대림산업에 임대주택을 매각하기 위해선 서울시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4년 혹은 8년 동안 임대주택을 운영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현재 개정안을 토대로 ▲부산(1103가구) ▲광주(445가구) ▲대전(264가구) ▲충남(34가구) ▲전북(70가구) ▲경남(108가구) 등 지방에서 임대주택을 민간에 임대한 사례가 있다. 이가운데 광주와 대전, 전북은 재개발 사업으로 공급된 임대주택 수의 100%를 민간에 매각했다.

서울의 경우 아직 공공임대주택을 민간 매각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최근 세운3구역 재개발 지역 공공임대주택 민간 매각을 서울시가 승인해 줬다. 이에 공공임대주택 축소를 우려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현재까지 임대아파트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며 “다만 박원순 시장이 임대아파트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공개 질의 등을 통해 관련 법령 개정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으로 가는 서울 지하철 한남역 역사에는 대형 건설사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수정 기자22일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으로 가는 서울 지하철 한남역 역사에는 대형 건설사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②건설사 3사가 제안한 이주비 비율

한남3구역에 입찰한 건설사들은 이주비 대출을 LTV 70~100%까지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제안이 8·2대책(LTV 40% 제한)과 9·13대책(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불가) 등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들은 국토교통부 고시(2018-101호)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이주비 지원에 제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해당 고시 제4장 시공자 선정기준 제30조 3항을 보면 ‘건설업자 등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추가 이주비를 사업시행자 등에 대여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여기에 재건축 사업은 제외된다. 재개발 사업에서는 추가 이주비 대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제4절 정비사업비 점검 항목에 금융비용을 인근 사례 및 은행 대출 금리에 비해 적정선인지를 따져보게 돼 있다. 만약 추후 건설사들이 시중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를 제안하거나 무이자 대출을 제시할 경우 불법에 해당한다.

바꿔말해 건설사들이 제안한 공약에 무이자와 관련된 조항이 없고, 이율은 아직 제시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단정 짓기 모호한 상황인 셈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재건축 사업보다 자금이 부족해 밀려나는 입주민이 많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서 이같은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금리를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③GS건설의 3.3㎡당 7200만원 보장 공약

GS건설이 제시한 3.3㎡당 7200만원 보장 제안 공약의 경우 관점에 따라 불법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 도정법 제29조와 관련해 홍보 과정 중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역시 해당 항목에 GS건설의 제안이 저촉되는지 검토할 계획이다. 관련 확인서류는 합동 설명회 개최 통지문을 비롯, 비교표와 홍보직원 인명부 등이다. 한남3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건설사의 시공능력과 공사비 등을 대조한 비교표가 조합원에게 배포됐다.

GS건설 관계자는 “3.3㎡당 7200만원 일반분양가를 보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와 인허가청 승인을 얻는다는 전제 하에 추진되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의 추가 지침이 나온다면 이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④GS건설·대림산업 혁신설계안

결론부터 말하자면, 건설사들이 제안한 혁신설계안은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규정한 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서울시의 조례로 조합 등에 ‘통보’까지만 가능하다. 게다가 입찰 제안서는 어디까지나 ‘제안’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제도 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앞서 올 5월 생겨난 서울시 ‘공공 지원 시공자 선정기준-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조례)에 따르면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 참여하는 시공사의 대안설계에 대해 ‘경미’한 변경만 허용한다.

경미한 변경은 ▲정비사업비의 10% 범위로 변경 혹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변경, 대지면적 10% 범위 변경 ▲부대시설‧복리시설의 설치규모 확대‧가구당 주거전용면적 1% 범위 내 내부구조의 위치 또는 면적 변경 ▲내‧외장 재료 변경 등이다.

불법이면 4500억 압류...한남3, 건설사별 제안 들여다봤더니 기사의 사진

하지만 대림산업은 특화 설계로 동수를 197개에서 97개로 줄이고 최고층수도 22층에서 29층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GS건설은 가구 수 조정과 커뮤니티 시설 통합, 3베이에서 4베이로 설계 변경, 건물과 건물 사이 이동 통로 설치를 제시했다.

이는 중대한 변경 사항에 속한다. 서울시는 이를 점검해 해당 사업 관할인 용산구청에 통보 요청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통보일 뿐 법적인 제재로 가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개발 사업 이슈에 지속적인 기대감을 주기 위해 불을 지피는 과정이 어디에나 있다”며 “그러나 이런 공약들은 불법, 합법 여부와 관계없이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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