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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손실 현실화···‘파생상품 사태’ 거센 후폭풍

[NW리포트]9월부터 손실 현실화···‘파생상품 사태’ 거센 후폭풍

등록 2019.08.30 08:04

차재서

  기자

우리은행 독일금리 연동상품 9월부터 만기 도래급격한 금리 상승 없으면 -90%대 손실 불가피 노약자에도 상품판매·투자성향 조작 증언 나와‘불완전판매’ 입증 여부 관건···금감원 검사 착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이 들어온 점에 비춰보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해 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의 진상 규명에 착수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불완전판매’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수많은 시사점을 남긴 이번 사태의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3일부터 우리은행을 상대로 합동검사를 시작했다.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의 제조·판매 과정을 짚어보기 위함이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9월초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감원은 유사한 상품을 판매한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발행사(증권사)와 운용사 등에 대한 검사도 순차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첫 번째 타깃으로 우리은행을 지목한 것은 은행 중에선 유일하게 독일 금리 연계상품을 판매했고 이들의 만기가 임박해 조만간 대규모 손실이 예상돼서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관련 상품을 1250억원 가량 판매했으며 기간을 6개월로 설정해 당장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다만 기간 내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희박해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해당 상품의 경우 이달 7일 기준으로 투자금 전액이 손실구간에 진입했으며 지금의 금리가 유지되면 1204억원(예상손실률 95.1%)을 잃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익은 ‘3~4%’, 손실은 ‘100%’=논란이 된 DLS(파생결합증권)와 DLF(파생결합펀드)는 주요 해외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이다. 만기까지 금리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연 3~4%의 수익을 보장하나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을 보는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우리은행의 상품은 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4.2%의 수익이 나지만 반대의 상황에선 손실을 보는 구조다. 금리가 -0.3% 이하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 60%, -0.6% 이하는 80% 등을 잃는 식이다.

KEB하나은행의 상품도 비슷하다. 이 은행이 취급한 상품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조기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배리어(barrier) 60% 상품을 보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받고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보는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KEB하나은행의 판매 잔액은 3900억원 정도이며 이들의 만기는 1년 또는 1년6개월이라 일부는 조만간 만기가 돌아온다.

◇‘실속’ 챙긴 금융사···손해는 투자자만=문제는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한 금융회사엔 손해가 없었던 반면 투자자에겐 막대한 피해가 돌아갔다는 점이다.

유통 구조에서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IBK투자, NH증권 등 증권사가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하면 운용사가 이를 펀드(DLF)에 담고 은행이 이를 가져다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됐다. 상품을 설계한 곳은 JP모건 등 글로벌 IB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이 사태로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으며 오히려 DLS 발행과 상환, 판매 등에 따른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는 투자 원금 손실이 발생해도 손해가 없도록 글로벌 IB와 같은 조건의 옵션 계약을 맺어 손실 위험을 모두 회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만 모든 손실을 떠안는 구조였던 셈이다.

특히 피해자 중엔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을 차지해 우려가 상당하다. 금감원 조사에서 파생상품을 사들인 개인은 3654명(투자금 7326억원), 법인은 188곳(89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불완전판매’ 갑론을박···“고령자에 판매” 논란도=이번 사태의 최대 쟁점은 은행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위험성을 제대로 알렸느냐다. 금감원이 합동검사를 통해 면밀히 들여다보려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은행 측은 여전히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필 서명한 가입 서류 등을 앞세워 사전에 상품 내용을 설명했고 원금손실 가능성도 충분히 전달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불완전판매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는 상품 특성상 소비자가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실제 피해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증언이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상품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거나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높다는 직원의 설명을 믿고 가입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소비자의 투자성향 등급을 임의로 책정해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했다는 의혹까지 흘러나왔다.

여기에 고령자에게 상품을 판매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제시한 ‘하나은행·우리은행의 금리구조화 상품 연령별 현황’ 자료를 보면 만 70세 이상 고령자(655명)가 보유한 DLF 잔액이 1761억원으로 전체의 2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만 90세 이상의 초고령 가입자도 13명이나 됐다.

통상 고위험상품은 고령층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뿐더러 손실을 봤을 때 복구할 수 있는 기대 여명이 상대적으로 짧아서다.

금감원은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사태 때 금융회사에 최대 70%의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없는 고령층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였다.

◇‘고위험상품’, 은행에 맡겨도 되나?=모든 원인은 은행이 고위험상품을 취급했다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율에 맡겨야겠으나 이번처럼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다면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키코 공대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대순 변호사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를 엄격하게 분리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섞어놓으면서 이 같은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IB는 증권사를 뜻한다. 소비자가 증권사에서 금융상품을 산다면 증권사에서 파는 상품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은행 상품에 대해선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내정자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감지됐다. 그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파생결합상품이 금융회사를 통해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이 본질”이라며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것이라면 적절한 손실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어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불완전판매’가 입증될 경우 상품을 판매한 은행·증권사는 최대 70%의 배상책임을 지게 되며 최고경영자에 대해서도 제재도 이어질 수 있다.

윤석헌 원장은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금융회사 본연 역할은 소비자의 위험을 부담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이번 사태는 금융의 신뢰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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