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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 기자
등록 :
2019-08-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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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스토리뉴스 #더]이 소녀가 두렵나요?


7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은 아니라고 하지만 지난해 10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1억원씩 지급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 조치로 보인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보복을 가하는 일본에 반발한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맞서고 있다. 맥주, 자동차, 의류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었던 일본 제품들이 전년 동월 대비 30% 이상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여행도 급격하게 줄었다.

일본 정부가 강력한 카드라고 생각하고 내놓은 경제보복이 오히려 자충수가 되는 모양새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덮으려는 이 같은 행태가 경제보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일 시작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됐다. 2015년 ‘표현의 부자유전’ 출품을 위해 일본에 들여왔다가 전시되지 못한 채 보관돼온 소녀상이 4년 반이 지나서야 빛을 보았다.

그러나 3일 만에 전시는 중단됐다. 극우세력의 협박과 정치권의 압력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볼 수 없도록 소녀상 앞에 벽이 세워진 것이다.

아이치현은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해 지난 2일 오전 9시쯤 ‘소녀상을 빨리 철거하라. 그렇지 않으면 휘발유를 갖고 전시를 방해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 팩스가 왔기 때문이며,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72명의 작가들은 소녀상 전시 중단에 반대하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소녀상 탄압이 일본 땅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세계 곳곳에서 집요하게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고 있다.

지난 2일 독일에서 개막된 ‘토이스 아 어스’(TOYS ARE US) 전시회에도 소녀상이 출품됐다. 그런데 불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주독 일본대사관은 공문을 보내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압박했다.

주독 일본대사관은 이에 앞서 2017년 4월부터 독일 라벤스브뤼크의 나치 수용소 기념관에 전시됐던 소형 소녀상에 대해서도 항의, 10㎝에 불과한 작은 소녀상을 자리에서 ‘치운’ 바 있다.

이밖에 필리핀,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에서도 소녀상은 일본의 강력한 항의에 의해 철거되거나 전시되지 못했다. 단, 소송으로 이어졌던 미국에서만은 소녀상을 지킬 수 있었다.

아이티 트리엔날레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면서 협박과 압박을 가했던 세력들의 의도가 성공하는 듯했지만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소녀상 전시 중단에 항의하는 의미로 소녀상과 같은 포즈로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어 SNS로 공유하기 시작한 것. 이른바 ‘내가 소녀상이다’ 운동이 벌어지며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저 하던 대로 감추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본, 그들이 소녀상 전시를 방해해 감추고자 했던 과거는 오히려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일본이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고 철거를 종용하면서 내세운 주장은 한결같았다. 자신들은 지난날 잘못에 대해 한국과 모두 합의했으며, 합의한 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쪽은 한국이라는 것.

우리나라 안에도 일본의 이와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앞서서 행동하는 세력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와 주옥순을 필두로 한 엄마부대가 그들이다.

일베의 회원 4명은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고, 침을 뱉으며 조롱했다. 불매운동이 막 시작된 7월 6일이었다.

과거에도 수차례 위안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바 있는 주옥순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사과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가 소리친 그곳에는 2011년 첫 번째로 세워진 소녀상이 있다.

의자에 앉은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있다.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의 자리이자 우리가 앉아서 그분들의 삶과 아픔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소녀상 뒤 바닥에는 그림자가 만들어져 있다. 그림자 속 소녀는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은 채 할머니가 됐다. 그림자 가슴에 새겨진 하얀 나비는 다음 생에나마 그 한이 풀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이다. 아니 배상이 없어도 사과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모든 것을 해결하고 합의했다는 본인들의 주장과 달리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소녀상과 마주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불편해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자신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 손바닥으로 아무리 가려도 하늘은 가려지지 않는다.

일본 정부에게 묻고 싶다. 소녀상이 그렇게 두려운가?

글·구성 : 이석희 기자 seok@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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