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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공무원 중 선택받은 800명···마음만 먹으면 장관도 ‘왕따’

[대한민국 국장 보고서]100만 공무원 중 선택받은 800명···마음만 먹으면 장관도 ‘왕따’

등록 2018.11.19 06:30

수정 2018.11.19 08:10

주혜린

  기자

실장은 신의 은총, 국장은 가문의영광정책 실무 총괄···현장에선 지휘관 역할1급 승진까진 5년 새벽 출퇴근 다반사 정권 바껴도 퇴출안되는 게 그나마 위안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전경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전경

우리가 흔히 고위공무원을 생각하면 쉽게 떠올리는 게 국장이라는 단어이다. 고위공무원 중 2~3급에 해당하는 다수를 일컫는 직급이 국장이다. 우리는 1급에 해당하는 실장을 ‘신의 은총’이라고 부른다면 국장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부르곤 한다. 고위공무원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국장,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현재 행정입법사법부를 통틀어서 공무원은 모두 106만6288명, 약 100만명이다. 이 중에서 1·2·3급을 포함한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의 수는 1184명이다. 즉 공무원 1000명 가운데 1명만이 실·국장급인 고위공무원에 속한다. 2006년 이후로 1·2·3급의 개념이 사라진 대신 1`3급을 통틀어서 ‘고위공무원단’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대신 고위공무원단을 가·나·다·라·마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 1급에 해당되는 실장급인 가·나 등급 공무원 수는 200여명 수준으로, 과거 2~3급에 해당하는 국장급은 800여명 정도인 셈이다.

행정부처에는 장관 밑에 차관, 그 밑에 실·국이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예로 들자면, 장관실 아래에는 차관실과 통상교섭본부장실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9개의 실국이 있다. 기획조정실장, 에너지자원실장, 통상교섭실장 등 실장들은 최고 권한을 쥐고 실국을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실국 아래에는 수많은 세분화된 과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이를 모두 관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산업정책관, 에너지자원정책관, 통상정책국장 등 국장들이 실질적인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장들은 부처가 세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실무자로서, 자신이 맡은 국과의 정책을 총괄한다. 보통 4급 서기관이나 5급 사무관들이 올리는 문서를 검토하고 결재를 하는 일도 국장 몫이다. 아주 중요한 문서는 장차관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장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1급 실장이 장관의 눈과 뇌라면, 국장은 사실상 장관의 손발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터로 따지자면 장군(장관)은 컨트롤타워, 대장(실장)은 전술구사, 중대장(국장)은 현장 지휘를 하는 셈이다.

공직자 100만면 중 최고 자리인 실장까지 오르기 위해선 국장 자리는 꼭 거쳐야만 하는 필수 코스다. 국장 직급까지 오르기까지 이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등 학력이나 커리어를 쌓는 등의 노력도 동행해야 한다. 행정고시를 합격한 ‘엘리트’ 가운데에서도 단연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약 5년 정도로, 정해진 기간 동안 카멜레온처럼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실장으로 승진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산업부 내에서는 에너지, 통상, 산업 다양한 분야를 거치면서 팔색조의 능력을 보여줘야하며, 기재부의 경우 예산실, 세제실 등을 돌면서 여러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평가를 얻어내야 한다.

재임 기간 중 여러 국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야만 실장 라인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국장들은 장차관들의 기수에 따라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옷을 벗기도 하며, 일부분은 자리를 지속하다가 퇴직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자주 바뀌는 장·차관, 실장과는 다르게 국장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국장으로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다. 야근에 조근, 과로에 시달리기 부지기수다. 사무실에 앉아서 과장, 서기관들이 올리는 문서에 싸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종 정부청사는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서기관, 사무관, 국장 따질 것 없다. 특히나 각 부처에서도 해당 정권에서 중요한 정책을 맡은 실국은 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파워가 있는 국장인만큼 일의 강도나 책임도 높아진다.

산업부의 한 국장은 “국장 자리에 있으려면 만능꾼이 되야한다. 아래 직원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쉽도 있어야 하고, 중간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유연함도 갖혀야 한다”면서 “힘은 힘대로 들고 위 아래에서 욕은 욕대로 먹는다. 우리도 고충이 많은 사람들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스갯소리라면서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그들은 조직 안에서는 고위 권한자이지만 정작 국회나 청와대에 가면 초라한 존재가 된다. 실장 정도는 되야 의원들과 독대라도 하지만 국장은 의원들과 만나는 것도 어렵다는 후문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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