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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길’ 버리고 택한 사업···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

[신흥 주식부자/차기철 인바디 대표]‘학자 길’ 버리고 택한 사업···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

등록 2018.08.10 07:54

수정 2018.08.17 14:18

김소윤

  기자

‘22년 째’ 성장 중···창업 이래 실적 뒷걸음질한 적 없어체성분분석기로 글로벌 정복···매출이 거의 해외서 발생 “여자가 체지방 더 많은지?” 궁금증 해소 위해 사업 시작“대박보다는 지속성장이 더 중요해” 하다는 마인드 강조

‘학자 길’ 버리고 택한 사업···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 기사의 사진

코스닥 의료기기업체 인바디는 국내보다 해외서 더 알아주는 강소기업이다. 올해로 22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인바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체성분 분석기술(생체전기 저항분석법) 기업으로, 그의 주식가치는 한 때 1천억원을 넘기도 했다.

차 대표 개발한 체성분 분석기 ‘인바디’는 기계 위에 맨발로 올라가 손잡이(손전극)를 1분 잡으면 전극이 흘러 근육량과 체지방량 등을 측정해준다. 인바디가 보유한 차별화된 체성분 분석 기술은 사람의 몸에 미세 전류를 흘려 그에 따른 저항값을 측정해 체성분을 분석해 낸다.

과거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등 체성분을 분석하려면 병원에 가서 방사선을 쬐거나, 특수 기구가 설치된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인바디의 체성분 분석 기계가 시장에 나오면서부터 이런 불필요한 과정은 사라지게 됐다. 이젠 국내외 대중들은 체성분 분석을 한다는 말을 ‘인바디 한다’는 말로 바꿔 부를 정도다.

차 대표는 공학도 출신으로 왜 여자가 체지방이 더 많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바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석사,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기에 하버드 의대에서 바이오공학 포스트닥터(박사후 과정)까지 마쳤다.

이 중 생체공학 연구는 차 대표 인생의 중요 전환점이 됐다. 현재 인바디의 핵심 기술 연구가 대부분 이 시절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생체 전기저항 분석법’ 논문을 읽은 것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됐는데, 논문에는 몸에 미량의 전기를 흘려 수분량을 측정하고 체성분을 재는 방법이 담겨있었다.

차 대표는 더 정밀한 분석이 가능한 체성분 측정기를 시장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 돌아와 창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귀국 후 학자가 아닌 사업가의 길을 택한 차 대표에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먼저 가족의 반대가 심했고, 당시 시대(1990년대)보다 앞선 기술이었던 체성분분석기술은 주류 산업계에서 외면 당하기 일쑤였다.

그의 어머니는 과거 사업에서 실패한 그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차 대표의 사업을 강하게 만류했지만 ‘지금 아니면 내 인생의 기회가 없다’며 어렵게 설득해 가까스로 인바디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어렵게 사업을 시작한 그는 이젠 자금이 문제였다. 그에게 자금은 어머니가 전셋집을 구하라고 마련한 2000만원이 전부였다. 결국 전세금 2000원을 종잣돈 삼아 서울 삼성동의 한 지하창고에서 직원 4명과 소박하게 출발했다.

다행스럽게도 체성분 분석기시장을 재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제 그는 1년 2개월 간의 준비기간 끝에 1996년 인바디 1호 체성분 분석기를 시장에 내놓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비싼 제품 가격이 문제였다. 당시 한대에 1650만원 하는 고가의 체성분 분석기를 사겠다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B2C시장 공략은 현재까지도 미흡한 상태로 남아 있다.

차 대표는 결국 체성분 분석기를 들고 전국 의료 박람회 등을 돌며 길거리 홍보에 나섰다. 판매가 부진했던 것과 다르게 체성분 분석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무료로 체성분을 분석해 주는 행사를 열면 수십명의 사람이 행사장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

첫 판매는 어려웠지만 인바디 기계 정확성이 소문이 나면서부터 판매고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즉 인바디의 체성분 분석기는 병원과 헬스클럽 등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기존 분석기술이 10%의 오차를 보였던 반면 인바디는 3%에 불과한 데다 기계에 올라서기만 하면 1분 만에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출시 첫해 고작 10여대를 팔아 1억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인바디는 지난해 9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2016년 6월에는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우수 강소기업인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승승장구만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차 대표에게 경쟁자가 나타났는데, 그의 체성분 분석기가 고객에게 관심이 높아지던 시절인 2000년대 초 인바디보다 값싼 가격에 비슷한 성능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경쟁자가 나타났다.

경쟁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고, 인바디가 경쟁사의 주력 상품이었던 혈압계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면서 '인바디의 승리'로 일단락이 났다. 그는 이때부터 인바디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 진출로 눈을 돌린 것이 승리 요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차 대표는 경쟁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 시절 덕분에 인바디가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고 회고했는데, 실제 인바디는 이후 매년 20~50%씩 성장하며 매출 1000억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더군다나 인바디는 창업 이래 한 번도 실적이 뒷걸음질 하지 않는 등 여전히 지속 성장을 하고 있다.

차 대표는 인바디의 성장 외에 인재 양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갑자기 매출이 커지고 회사가 성장하면, 그에 맞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사람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성장한 회사 중에 지속적으로 성장한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 요구하는 단기간의 빠른 성장에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의 경영철학에서는 ‘급속 성장’보다 ‘지속 성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고객 요구에 맞게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회사를 키우는 것이 경영자가 지켜야 할 덕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인바디의 현재 주가는 올초부터 진행된 제약바이오주의 약세로 같이 타격을 맞으면서 2만원대의 수준인데, 그의 주식가치는 한 때 1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금 그의 주식가치는 9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도 증권가의 긍정적인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인바디의 성적이 다소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도 성장 스토리와 실적 모멘텀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라며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발생하며, 해외 시장은 여전히 초기시장이다”라고 분석했다.

한경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인바디는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며 “올해 미국 매출은 지난해보다 33.1%, 중국은 27.3%, 사업 초기인 유럽 및 중남미 매출은 31.6%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인바디에 성장할 여력이 많다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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