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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재무평가에 ‘오너갑질’ 반영하라”···금융권도 ‘갸우뚱’

금감원, “재무평가에 ‘오너갑질’ 반영하라”···금융권도 ‘갸우뚱’

등록 2018.05.16 05:01

차재서

  기자

주채무계열 평가기준에 ‘평판 리스크’ 추가 경영진 일탈, 분식회계 적발시엔 최대 ‘-4점’ ‘재무구조’ 영향만 중점적으로 평가한다지만개인이면생각도 못할 일···특정기업 겨냥 의혹도

금융감독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금융감독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집단의 경영진은 앞으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도록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대기업 재무구조 평가 시 경영진의 위법행위와 도덕적 일탈 등 이른바 ‘평판 리스크’를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현 시점에 당국의 발표는 사회 전반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성평가’인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의문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감독원은 주채무계열 31개 기업집단을 공개하면서 5월 중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무구조개선 운영 준칙’을 개정해 올해 평가부터 반영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을 주채권은행에게 관리토록 하는 제도다. 통상 금감원은 전년말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전전년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한다. 올해는 2017년말 기준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1조5166억원 이상인 삼성과 현대차, SK 등 31곳이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받아야 하며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 뒤 정기적으로 자구계획 이행을 점검받아야 한다.

관건은 올해부터 기업집단의 ‘평판 위험’ 등 정성평가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지배구조 위험(경영권 분쟁 소지)과 영업 전망, 산업 특수성 등을 주로 따졌다면 추후엔 경영진의 사회적 물의 야기 또는 시장질서 문란행위 등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여기에는 횡령·배임이나 도덕적 일탈 행위, 일감 몰아주기, 분식회계 등이 포함되는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기업은 재무구조 평가에서 최대 4점을 감점키로 했다.

이는 ‘평판 위험’에 대한 평가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주채무계열 평가는 계열 전체 부채비율 구간에 따라 기준점수(커트라인)를 설정한 뒤 정량·정성평가를 합산한 평가점수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평가점수가 기준점수에 미치지 못하는 계열은 재무구조 약정 체결 대상에 해당한다. 특히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면 40점, 200~225%면 50점의 기준점수가 부여되는 식이어서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가령 부채비율이 200% 미만인 기업이 정량·정성평가에서 기준점수(40점)를 웃도는 45점을 받는다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지만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으면 재무구조 약정 체결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은 기업에게 정성평가 점수가 갖는 의미는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감원 측은 일부 경영인의 사회적 물의 야기와 시장질서 문란행위 등이 그룹 평판 저하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영진의 도덕성이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빌미로 기업의 자금줄을 막는 게 과연 합리적이냐는 지적이다.

‘기업 평판’이라는 주관적인 지표를 과연 점수로 정확히 책정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안에 한해 엄정히 평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다 정성평가인 만큼 당국이나 주채권은행 등의 의중이 반영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라는게 재무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인데 금융사에서 개인의 도덕성까지 평가하고 하는 셈”이라며 “당국이 하라니 따르긴 하겠지만 이게 실효성이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분식회계로 금감원과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나 ‘물벼락 갑질’ 논란을 빚은 한진그룹 등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마저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이번 조치가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며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공정한 검사를 유도하겠다고 일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 준칙’의 개정 작업은 2017년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라 최근 발생한 기업 이슈와는 무관하다”면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성평가의 핵심은 경영진으로부터 불거진 논란이 기업 재무구조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불매운동, 자금조달 실패 등)을 안겼는지를 뜯어보는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의 주채권은행 여신심사역이 근거를 갖고 심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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