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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8-05-03 17:17

SK하이닉스 ‘백기사’로 나선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8000억’ 엔화 대출
SK하이닉스 투자금 ‘4조원’ 중 20% 지원
관건은 中반독점 심사…인수 무산 우려도
수은의 네트워크가 영향력 발휘할지 주목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취임식.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를 추진 중인 SK하이닉스의 백기사로 나선다. 8000억원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 중국 반독점 심사 이슈로 난항에 빠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 작업이 수은의 조력에 힘입어 다시 가속페달을 밟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최근 SK하이닉스로부터 8000억원 규모의 엔화 대출을 요청받았으며 ‘관련 국가의 승인을 얻는 조건’으로 대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도시바메모리(TMC) 인수가 성사된 이후 자금을 내어주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등이 포함된 ‘한·미·일 인수 컨소시엄’은 도시바와 도시바메모리를 2조엔(약 20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3950억엔(약 3조8660억원)을 책임지기로 했으며 이 중 1조원 정도는 대출로 조달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번에 수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전해들으면서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확보한 것으로 감지된다.

SK하이닉스가 산업은행이 아닌 수출입은행에 손을 내민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엔화 조달 비용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산은의 경우 동일인·동일차주 여신 한도로 인해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출 여력이 거의 없어 수은을 택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일단 수은으로서는 올해 총 60조원의 여신지원을 계획한 만큼 SK하이닉스가 요청한 8000억원이 부담스러운 액수는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수은이 동일인과 동일차주에 대한 자기자본 대비 여신 한도를 각 40%와 50% 수준으로 축소해 운영 중이지만 SK하이닉스의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기존 대출금을 반영해도 추가 대출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국 반독점 당국의 심사 승인이 미뤄지면서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는 반독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국가를 선정해 심사를 받는데 베인캐피탈은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에선 승인을 받았으나 중국에서는 아직 결과를 받아들지 못했다. 반도체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인 중국 정부가 기술 격차 확대를 우려해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가운데 이달말까지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일본 도시바가 올 들어 은행 대출금 상환에 집중해 자금난이 일부 해소된데다 주주 사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 매각 대신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수은이 ‘관련 국가의 승인’을 대출 조건으로 내건 것도 바로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은의 지원사격으로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다양한 사업을 거쳐 중국 측과 협력관계를 쌓아온 수은의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은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인 만큼 지원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중국 측 승인을 받아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가 성사되면 약속한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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