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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성동, 엇갈린 운명···2016년 채권단 판단이 갈랐다

[중견조선사 구조조정]STX-성동, 엇갈린 운명···2016년 채권단 판단이 갈랐다

등록 2018.03.08 20:47

수정 2018.05.18 10:53

차재서

  기자

STX조선 회생, 성동조선 법정관리行 결론비교적 유동성 양호한 STX조선 살리기로청산위기 내몰린 2년 전과는 정반대 양상 1년6개월 미룬 채권단 판단에 명암 갈려

그래픽=박현정 기자그래픽=박현정 기자

“그래도 한 때는 세계 10위권 조선소였는데···”

나란히 존폐 위기를 맞은 두 중견조선소의 상반된 운명에 조선업계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가닥을 잡으며 회생의 기회를 맞은 STX조선과 법정관리에 내몰린 성동조선 애기다. 이들 조선소는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비슷한 시기에 경영난을 겪었지만 정부 당국과 채권단의 최종 결정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래도 채권단의 의사결정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6년에도 이들의 행보는 엇갈렸다. 당시 법정관리로 넘어간 쪽은 STX조선이었다. 성동조선은 대형 조선소로부터 도움을 받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2년 뒤인 현재 더 나은 상황에 놓인 곳은 STX조선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채권단의 판단이 두 조선소의 운명을 가른 셈이다.

8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결정된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STX조선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지원하고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와 채권단은 삼정KPMG가 진행한 산업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는 독자생존이 불투명하지만 이들이 모두 사라지면 조선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에 한 곳 만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양호한 STX조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STX조선이 한 차례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재무 건전성을 개선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기도 하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STX팬오션 지분 인수 등으로 휘청이던 STX조선은 2016년 5월 채권단에 의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이후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기까지 5조원대 출자전환과 이자비용 면제, 상환유예 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이 회사의 재무상황은 차츰 나아지기 시작한다.

그 결과 STX조선은 지난해 9월 기준 부채비율이 76%로 떨어지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났고 올 2월말 기준 1475억원의 가용 자금도 확보해둔터라 신규 지원 없이도 일정기간 독자 경영이 가능한 상태다.

비슷한 시기 성동조선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수출입은행이 법정관리 등 회생절차를 추진하는 대신 삼성중공업 측에 성동조선 위탁경영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인수는 서로 부담이 되니 두 조선소 간의 교류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달라는 취지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위탁경영이 아닌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하는 수준에서 기술‧생산‧영업‧구매 등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의 연합전선은 생각만큼 흘러가지 않았다. 조선업계 전반이 해양프로젝트 부실 여파로 흔들리는 가운데 삼성중공업도 2015년에만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내 다른 회사에 손을 내밀 틈이 없었다. 결국 성동조선은 별다른 실익을 얻지 못한 채 협력 체제를 마무리지어야 했고 다시 저가수주로 연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업황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성동조선의 경영은 급격히 악화된다. 비록 지난 2016년에는 약 3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기록한 1조596억원의 누적 손실을 감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014년말 76척에 달하던 수주잔량도 지난해말 5척으로 급감했다. STX조선의 수주잔량이 16척인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동조선 채권단이 조금 더 일찍 생각을 바꿨더라면 이날의 브리핑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법정관리가 이해당사자의 고통 분담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면 조선업 회복기를 눈앞에 둔 성동조선이 최악의 결과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채권단이 1년6개월이나 판단을 유보한 것 역시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성동조선의 법정관리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 “유동성을 고려할 때 2분기 중 부도가 우려돼 상거래·금융채무 등 자금유출을 동결할 수 있는 법정관리 신청이 우선이라고 봤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어 “수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법원과의 소통을 통해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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