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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화학적 통합 없이 미래 없다

[정신차려 대한민국]금융계, 화학적 통합 없이 미래 없다

등록 2017.02.01 09:09

수정 2017.02.01 13:18

이경남

  기자

합병의 역사···출신성분에 ‘사분오열’계파간 권력다툼 흔들리는 내부 조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과거 소위 권력 다툼으로 인해 불거진 갈등으로 풍파를 겪었다. 이어 최근 우리은행 역시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출신은행을 두고 내부 갈등이 번지기도 했다.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과거 소위 권력 다툼으로 인해 불거진 갈등으로 풍파를 겪었다. 이어 최근 우리은행 역시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출신은행을 두고 내부 갈등이 번지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파간 갈등이 해결되야 한다는 것이 사회 전반의 시각이다. 이는 비단 정치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금융권 역시 매번 새로운 수장을 결정하는 때가 다가오면 계파갈등이 수면위로 들어난다. 그간 계파 갈등이 금융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중론인만큼 국내 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사 내부에 숨어있는 계파 갈등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 계파 갈등, 시작은 합병

금융권의 계파 갈등은 은행간 합병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은 과거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나갔지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출신 성분’을 둘러싼 갈등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 내부에서의 계파 갈등의 근원은 합병 이후 출신 은행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에서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국내 금융사의 계파 갈등의 근본을 알기 위해서는 합병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를 대표하는 시중은행들은 모두 합병과정을 거치며 규모를 키워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6년 조흥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하며 출범했다. 이에 앞서 구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보람은행, 충청은행 등과 합병한 전례가 있다.

KB국민은행은 구 국민은행과 한국주택은행이, 우리은행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이후 한빛은행으로 영업을 영위해오다 지난 2002년 평화은행을 합병한 후 현재의 우리은행을 출범시켰다.
이처럼 대표 시중은행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합병이 이뤄지다 보니 내부 직원들이 출신 은행에 따라 갈등이 야기됐다는 얘기다.
시중은행들은 “계파간의 갈등은 옛날 이야기”라고 강조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출신 은행을 두고 갈등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이어지고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에 “하나은행 출신과 외환은행 출신 계파간 갈등 봉합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과 차기 우리은행장 자리를 두고 “한일은행 출신이냐 상업은행 출신이냐”라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계파갈등 정점 CEO 다툼

출신은행이 계파 갈등의 뿌리라면 갈등의 정점은 CEO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사태’와 KB금융지주의 ‘KB사태’다.

먼저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9월 신한은행이 당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과 배음 등의 고발하며 시작됐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전 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발했다고 분석했다.

신한사태는 한동우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으로 추대되고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등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일단락 됐다. 하지만 당시 신한금융지주는 주가가 급락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흔들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사태’는 KB금융지주가 2000억원 규모의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표면적으로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지만 당시 금융권에서는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당시 KB국민은행장간의 갈등을 주 원인으로 봤다.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며 결국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KB금융지주는 지배구조의 혼란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추진하던 LIG손해보험의 인수가 미뤄지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KB금융지주는 지주 회장과 행장 겸임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권력다툼 현재 진행형

이처럼 계파 갈등과 권력다툼이 선례를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갈등은 현재까지 진행형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선임을 두고 일었던 ‘계파 갈등’이다.

최근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이 연임되는 과정에서 계파간의 갈등이 점화된 모양새를 보였다.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이동건 그룹장의 출신은행이 부각됐던 것.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 행원에 따르면 한일은행 출신 임원은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 선임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고, 상업은행 출신 임원은 상업은행 출신 행장이 선임되야 한다고 날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새로운 은행장 선임을 앞두고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합병 이후 입행한 임직원들이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계파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던 것이다. 이에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임원들이 현직에서 물러나야 계파간 갈등이 종식될 것”이라며 “나갈 사람은 빨리 나가야 한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뒀던 것이 계파갈등 해소였다”라고 말했다.
◇갈등 종식 없인 발전 없다

금융권 에서는 합병 이후 갈등을 야기한 ‘악령’이 종식되야 국내 금융산업이 한걸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뜩이나 금융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내부 갈등은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의 갈등이 결국 조직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특히 임직원들이 적극 나서 내부 갈등을 야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악재가 닥치더라도 이를 수습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이 관계자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높게 평가 받는 부분은 모두 ‘신한사태’와 ‘KB사태’를 잘 수습했다는 것”이라며 “수습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지 모를 내부 갈등을 얼마나 잘 방지하느냐가 리더를 평가하는 중요 평가 항목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들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출신은행’을 기반한 갈등은 점차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갈등은 언제 어떠한 형태로도 표출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이를 조정하는 데에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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