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등 부채 국가예산 12배가계부채 1300조···매분기 신기록기업부채 눈덩이···국가부채 맞먹어美 금리인상땐 경제 절단 가능성 커
기업도 빚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내수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경제의 기둥인 수출 기업마저 연체액이 불어나고 있다. 가계, 기업, 국가가 진 빚은 우리나라 한해 예산의 12배가 넘는 50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리스크나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 한 방이면 가계와 기업 모두 와르르 무너질 판이다. 무엇보다 가계, 기업, 국가 모두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위축되고 있어 한은마저 금리를 올리면 한국경제가 거품이 꺼지면서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내년 국가부채 700조 육박
국가채무는 이명박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부채는 지난 2월 60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7월 500조원을 넘어선 이후 1년 7개월 만에 100조원이 불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70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국가부채를 보면 2013년말 44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말 590조5000억원으로 147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부채증가액 143조5000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정부 추산대로라면 국가부채는 올해 말 637조8000억원으로 60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 말에는 682조7000억원으로 늘어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돌파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비영리공공기관, 비금융공기업을 포괄한 공공부문 부채는 2014년 말 기준 957조원3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 60조원 이상 늘어나 이미 지난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공공부문 부채에서 제외된 금융공기업 부채와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공무원·군인연금 등 연금 충당부채 643조6000억원을 포함하면 공공부문 부채는 이미 1600조원을 넘어섰다는 예상이다.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2013년 21조1000억원, 2014년 29조5000억원, 지난해에는 38조원 등 3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3년간 누적적자는 88조6000억원에 달한다.
◇가계부채는 신기록 제조기
가계부채는 더 위험하다. 분기별로 발표할 때마다 기록을 갱식해 가는 기록 제조기와 같다. 가계부채는 2013년 2분기부터 연속해서 사상 최대 기록 행진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올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 빚은 총 1295조7531억원으로 3분기에만 38조1699억원(3.0%)이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 10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 7조4867억원을 더하면 전체 규모는 1303조2398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열 달 동안 100조1406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자영업자의 빚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무려 1600조원을 넘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가계 빚 급증세는 지난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당시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를 푸는 등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지속적인 증가와 한국은행의 초저금리 기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에 올라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데다 질적으로도 악화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순실 정국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이 다음달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도 2∼3차례 올린다면 한국경제엔 직격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는 저금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강하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채무 부담은 연간 2조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은 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 금융이자를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아파트를 싸게 내놔 집값이 폭락하는 등 자산가격 하락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부채도 심각하다. 기업 부채는 최근 저성장, 수출 부진 등과 맞물려 한계 기업의 줄도산을 불러와 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나라 기업의 총부채(은행 대출+비은행 대출+회사채+기타 채무 등)는 2015년 1분기 말 기준으로 2347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3조원 늘어난 액수로 이는 2014년 1분기 증가액(55조원)의 두배에 달한다.
◇상환 능력 위축이 더 문제
가계부채 급증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안정적인 연체율 등을 내세워 부실 우려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2.6%에 한참 못 미치는 1.6%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도 0.9% 증가에 그쳤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170%였던 이 수치는 반년 만에 4%포인트 추가로 상승하며 174%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를 억제해온 여타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정부정책이 부동산시장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온 탓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포인트 급등한 반면, 서브프라임 진앙지였던 미국과 영국은 각각 21.9%포인트, 22.5%포인트씩 하락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적극적인 부채구조조정 프로그램 등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조기대처를 통해 2007년 140.6%였던 비율을 2013년 말 128.3%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위원은 "정부는 가계 빚의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부동산시장 연착륙 대책을 마련하고 한계 가구와 부실위험 가구에 대한 선제적인 채무 조정을 실시하는 등 치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경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ks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